승무원 등 감정노동자…정신건강 상태 심각

우종민 “‘감정불감증’ ‘분노반응’ 등 보여…업무상질병 인정해야”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며 대한항공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승무원, 전화상담원, 백화점 판매원 등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감정노동자의 정신질환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기업이나 조직적인 차원의 문제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화를 참다 보니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다른 업종 종사자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2010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노동자 309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서비스직 감정노동자의 26.6%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는 징계해직자의 우울증 비율(28.5%)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23일 ‘go발뉴스’에 “서비스감정노동자들의 경우 26%, 간호사들의 경우 20~23%로 5명 중에 1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노동자 효과’라는 표현이 있다. 이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건강하다는 뜻”이라며 “이에 비춰봤을 때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일하지 않는 집단 보다도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며 대한항공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승무원, 전화상담원, 백화점 판매원 등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인권위 여성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며 대한항공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승무원, 전화상담원, 백화점 판매원 등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인권위 여성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
감정노동자들의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불감증’ ‘분노반응’ 등을 보이기도 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go발뉴스’에 “화가 나도 화를 낼 수 없어 분노를 억누르다 보니 분노반응이 나타난다”며 분노반응은 감정노동자들이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본래 감정과 영업적인 목적 때문에 갖는 감정이 잘 구별되지 않는 일종의 감정불감증 증상들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서비스라는 것이 일종의 인격적인 복종이나 순종을 요구하는 식으로 되어왔다”면서 “이로 인해 착각이 일어나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인격적으로 상하관계에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폭언, 폭행, 성희롱 등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조직차원에서 오는 이중적인 심리적 고통이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데 더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인임 연구원은 “(감정노동자들의) 표면적인 문제는 크게 자신의 감정 상태와 무관하게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과 폭언‧폭행‧성희롱 등 두 가지”라면서 “핵심적인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나 조직에서 엄호하거나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국내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우종민 교수는 감정노동자의 정신질환에 대해 업무관련성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와 분명히 관련돼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업무상질병으로 인정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우 교수는 “객관적으로 인정될만한 욕설이나 폭행, 폭언이 반복된 경우에는 업무상질병 인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후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라면 제공 등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출, 여성 승무원을 폭행했다가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해 되돌아왔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