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삼성 뇌물 사건’ 1심 선고와 관련 29일 “판결문에서 재벌친화적이고 재벌에 관대한 판결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72쪽 분량의 판결문을 두번 읽어봤다, 양형 부분에서 충격적이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양형과 관련 “경영권 승계작업은 피고인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이재용 혼자서 이익을 독점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보통 이해할 때는 다른 사람과 이익을 나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그런데 재판부는 승계작업이 이재용한테도 이익이지만 삼성한테도 이익이라고 봤다”며 “지배구조가 개편되면 삼성전자도 이익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논리는 재벌구조가 공고화되는 것이 삼성한테 이익이라는 것”이라며 “재판부의 시각은 재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2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주최의 ‘이재용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이상훈 변호사는 승계작업이 감형사유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지배구조개편 작업이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어서 이를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며 “쉽게 말해 자기가 들어갈 집에 하자가 있어서 미리 리모델링을 한 것인데 이러한 리모델링은 곧 들어갈 사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즉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은 지배주주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 행사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으로서 이를 감형사유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에버랜드(제일모직) 등의 지분을 확보한 후 전혀 지분을 가지지 못하고 있던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다수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합병을 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지배구조재편 작업이라고 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 이재용 피고인의 그룹 지배를 확보하려 한 것”이라며 “이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판단한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진동 부장판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뇌물’ 사건에서도 “일반적인 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서로 ‘지음(知音)’의 관계”라며 1심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비상장 주식 1만주 등 9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각별한 친구라서 그랬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주식 뇌물죄를 인정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범죄에 너무 관대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