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상초유…국민수신료 받으면서 시민들 입막음 하나”
KBS가 현대사 다큐에 대해 역사왜곡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물리적으로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현대사 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KBS <다큐극장> 방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기자회견 직전 KBS 청원경찰들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집회는 본관 앞 계단에서 할 수 없다”며 막아섰고 이에 관계자들이 반발하며 물리적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남철우 홍보국장은 “기자회견을 막으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며 따졌고, 김현석 KBS본부장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앞에서 시민들이 의견을 표명하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 집회와 기자회견 구분도 못하느냐”고 항의했다.
청원경찰들은 이들이 기자회견을 강행하려 하자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 뺏는 등 양측이 서로 막아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청원경찰들은 “우리는 지시한 대로 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KBS본부 측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안전관리센터장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자회견은 KBS 본관 계단이 아닌 KBS 밖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초유의 일이다. 청와대, 국회 심지어 군부대에서도 그렇게 까지 하지 않는다”며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이미 후퇴된 과거에 와 있다”고 비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기획국장도 ‘go발뉴스’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종의 행사고 기자회견일 뿐이었다. KBS 내부도 아니고 본관 계단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까지 막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진행을 못하게 적극적으로 막은 것은 참 보기 드문 일이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적극적으로 막은 청원경찰도 아무런 지시 없이 이렇게 막아섰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다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을 통해 “길환영 사장은 친일 독재 세력을 미화할 것이 명약관화한 현대사 프로그램을 KBS 역사상 최초로 외주제작사를 통해 100% 제작, 방송하기로 결정했다”며 “역사 왜곡을 위한 광기의 칼을 마침내 빼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동찬 국장은 ‘go발뉴스’에 “길환영 사장은 콘텐츠본부장 시절 이승만, 백선엽 다큐를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사장 자리 유지를 위해 권력에 충성하기 위한 개인 영달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민주화 운동 등 유신 독재 시절 고난을 당한 분들이 아직도 살아 있고 그 후손도 살아 있는데 그 시절을 미화하고 찬양하려는 시도 자체가 바람직 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방학진 사무국장도 “오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 민주통합당 전병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다큐 극장>을 국회 특위에서 얼마나 견제해 내고 폐지시킬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특위가 못한다면 대통령과 야당이 합의한 이름뿐인 특위가 될 것이다.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