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언론시장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움직임이 있다. 다름아닌 ‘뉴스 큐레이션’(news curation)이 그것이다. 아직 널리 알려진 용어도 아닐뿐더러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언론플랫폼도 소수에 불과하지만 아니지만 명실상부한 ‘스마트 언론시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뉴스 큐레이션’의 성장가능성은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용어 자체만 보면 다소 어려워보이지만 ‘뉴스큐레이션’의 개념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작품을 선별, 배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15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용자의 욕구나 관심에 따라 뉴스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뉴스 큐레이션’을 정리했다.

▲ ⓒ 네이버 화면 캡처

국내 ‘뉴스큐레이션’ 매체 중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에디토이’는 소개란을 통해 “소셜 네트워크와 웹에서 이뤄지는 우리들의 생각과 의견을 정리해 의미있는 정보로 편집해가기 위한 공간”이라고 자신들을 정의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스마트 미디어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많아졌지 않느냐”며 “미디어를 이용할 때 일방적인 틀에 갇힌 것이 아니라 컨텐츠 이용에 있어서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요즘 주목받고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큐레이션’으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스탠드’를 들 수 있다. ‘go발뉴스’도 최근 25개 언론사를 선정해 ‘go발뉴스 선정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뉴스스탠드도) 일종의 큐레이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각 언론사들의 뉴스를 선별해 이를 SNS등을 통해 전파하는 파워 유저들도 좀 더 확장된 범위의 ‘뉴스큐레이터’라고 볼 수 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 운영했던 ‘용가리통뼈뉴스’(@YoToNews)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SNS를 통한 뉴스전파의 경우, 다소 ‘정치적’인 이유가 깔려있다는 평가다. 이명박정권을 거치며 ‘언론장악’, ‘편파보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뉴스, ‘공정보도’ 뉴스를 뉴스소비자들에게 전달하자는 움직임이 자생적으로 일어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노 전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SNS는 뉴스를 접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렇게 뉴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전파)하는 이유도 기존 매체들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그런 수요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는 공급자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결국 기존매체를 직접구독한다거나 시청하는 형태로는 (뉴스를) 안보겠다는 소비자들의 의식,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한번 걸러서 봐야 하는데 내가 직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믿을만한 사람을 통해 걸러보게 되는 것이라고 인식된다. 과거 ‘용가리통뼈뉴스’를 할때도 그런 뉴스 소비형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과거 자신의 트위터(@du0280)를 통해 뉴스를 선별, 전파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었던 서영석 국민TV이사도 “정상적인 뉴스 유통경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뉴스를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그러한 현상(뉴스큐레이션)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된 것”이라며 “수없이 나오는 정보 중 누군가 착착 정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실용적인 요구도 있다. 이 두가지가 합쳐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노 전 위원장은 “뉴스를 생산하는 매체든, 뉴스 큐레이션 매체든 뉴스 소비자가 그것을 일방적으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며 “항상 복수로 (다른 뉴스들을)체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SNS를 통한 뉴스전파의 경우) 광의로 보면 일종의 (뉴스) 큐레이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중간에 플랫폼이 없다면 (뉴스)큐레이션이라고 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트윗한 것을 배치하는 서비스나 타임라인을 다르게 배치하는 서비스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확실한 ‘큐레이션’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스탠드’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다. 기사에 대한 배치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뉴스큐레이션’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매체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미디어스>는 14일자 기사를 통해 “해외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개인의 관심사를 주제로 가치 판단을 더해 편집’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어 SXSW 어워드에서 최고의 소셜미디어로 선정된 ‘스토리파이’, 2011년 <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앱 50개에 선정되기도 한 ‘펄스’, 사용자가 좋아하는 블로그나 언론사이트를 등록해두면 관련 콘텐츠를 뽑아 편집해주는 맞춤형 매거진 앱 ‘플립보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허핑턴 포스트’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국내의 본격적인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아직 초보단계라는 평가다. 개수도 개수지만 아직 뉴스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있지 않은 탓이다. 김 연구위원은 “뉴스나 다른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아주 손쉽게 큐레이트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타난다면 (뉴스 큐레이션 매체는) 굉장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발뉴스 큐레이션 개념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성장해 가고 있는 ‘go발뉴스’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전두환‧삼성‧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부터 시작해 자체 기사와 특종, 방송보도 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고발뉴스를 총집합, 고발뉴스 종합포털을 목표로 하는 큐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2012년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한국의 언론사 수는 2800여개에 달했다. 이들이 하루에 10개씩의 기사만 생산해도 거의 3만여개의 달하는 정보가 쏟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뉴스 큐레이션’이 뉴스 소비자들에게 바른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