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임기단축 앞세워 또 촛불에 도전…정국혼돈 심화 우려”

“정치권 대립‧갈등 부추겨 탄핵추진 어렵게 할 정치 공작적 담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하야와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에 또 다시 도전했다. 박 대통령은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은 잘못이 없으나 측근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회에서 정한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딴 나라 대통령 같은 생뚱맞은 언급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 1,2차 때처럼, 전국적으로 민심이 격분한 현실의 심각성이나 자신의 형사적 책임을 전혀 인정치 않았다. 대통령은 사상 최대의 촛불 집회시위가 열린 상황을 외면한 것은 물론 국정 정상화를 방치한 채 자신의 거취 문제 등을 국회 논의에 일임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했다. 향후 정국은 더욱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갑작스럽게 취해져 혹시나 하는 큰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 하야나 2선 후퇴 등이 나오는 것 아니냐 하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5분간의 담화 내용은 큰 실망감과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대통령 자신은 국정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최선을 다했는데 주변 관리가 부실했다는 식의 발언을 늘어놓은 것은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의 재규합을 시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대통령은 촛불의 퇴진 촉구 함성 등으로 초췌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해맑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나와 전혀 설득력 없는 자기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인 자신이 최순실 등의 피의자, 공범으로 지목된 것 등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치 않았다.

대통령은 지난 2차 담화에서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힌데 이어 이날 담화에서 최근의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식으로 말해, 검찰 수사를 정면 부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 대통령이 자기 할 말만 하고 퇴장하려 하자 한 기자가 ‘최순실과의 공범 관계를 인정하느냐’라고 질문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음 기회에 상세히 설명하겠다면서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는 대통령이 앞으로 여론 정치를 지속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번 사태의 몸통이 대통령 자신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태도로 비춰졌다. 향후 국민을 매우 피곤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최순실의 허수아비가 되어 최의 범죄 행각을 돕기 위해 행정력을 악용한 행위,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이나 청와대 내부의 시술 의혹, 비아그라와 같은 국내외적으로 조롱거리가 되는 약품의 과다 구입 등으로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치 않거나 그렇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문제 등에 대해 공을 국회에 던진 것은 여야 또는 여당 내부의 대립과 갈등을 부추겨 탄핵 추진조차 어렵게 만드는 식의 정치 공작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탄핵 추진에는 여당 의원 30명 정도의 동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박 대통령의 담화가 비박 진영의 내부 동요를 촉발할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이 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이 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은 대통령 담화에 대해 “탄핵국면을 탈출하려는 꼼수라며 탄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뻔뻔한 대통령이다. 정쟁을 유도해 탄핵 모면하려는 꼼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 선언을 한 것으로 탄핵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말했고, 이정현 대표는 “국회가 헌법·법률 범위 내에서 논의해 결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이날 태도는 향후 국정 장악력을 행사하고 다음 달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하는 등의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조롱꺼리가 된 상황인데도 국격을 허무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기세다.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할 수밖에 없을 만큼 뻔뻔한 모습을 이날 전국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파렴치한 정치 행각에 제동을 걸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나 일부 여당 의원들이 촛불 민심을 실천할 새로운 정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서, 개혁을 추진할 책임 총리를 세우거나 탄핵, 특검을 강력 실시면서 촛불의 바람을 실천하는 경우다.

또한 국내 재벌을 중심으로 한 자본권력이 미국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한 한미 FTA 재협상에 박 대통령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검찰, 새누리당을 앞세워 박 대통령 끌어내리려 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나 최순실 일가와의 대단히 엽기적인 관계의 비밀 등을 공개할 경우 대통령이 더 버티지 못할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역대 최대규모인 주최측 추산 190만명, 경찰 추산 33만명을 기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역대 최대규모인 주최측 추산 190만명, 경찰 추산 33만명을 기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박근혜 게이트는 거시적으로 볼 때, 시민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학습하거나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너무 중요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시민사회의 평화스런 집회시위는 한국의 SNS를 수단으로 한 ‘전자직접 민주주의’가 가장 선진적이라는 것을 만방에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게이트 속에서 벌어지는 눈앞의 정치판을 보면 화나고 절망스런 일이 넘쳐나지만 이는 머잖아 청산될 것이다. 즉 제왕적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한 여당,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이라 개탄할 여의도 정치가 촛불에 의해 불타 사라질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의 정치 머슴이라는 인식이 정착되면서 제도 정치권의 후진성이 청산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엄청난 수확이다. 지금은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실천할 정치 제도를 창조하는 작업이 과학적으로 취해지도록 선각자들이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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