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이게 나라냐’는 말 나도 모르게 나와”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96] 방송인 김미화 씨

지난 10월 21일 방송인 김미화씨가 보수 논객 변희재씨를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부(부장판사 황현찬)는 김미화씨가 변희재 씨와 미디어워치 법인 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변희재 씨가 800만 원, 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가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김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축하해주세요. 2심법원에서도 변희재 씨 책임을 물어 천삼백만 원 손해배상 판결이 났습니다”라며 “저 이러다 부자 되겠네요”라고 글을 올려 자축하기도 했다. 소감을 자세히 듣고 싶어 지난 1일 상암동에 위치한 tbs 사옥에서 김 씨를 만났다.

“기대했던 결과이기에 기쁘다”며 입을 땐 김 씨는 “오랫동안 명예훼손 관련 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제출할 준비서면이란 걸 쓰면서 ‘나 이러다 법률전문가 되는 거 아냐’라는 혼잣말을 했다”고 떨어 놓았다. 그는 이어 “나의 바람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멈추라는 거다. 전 멈출 때까지 끝까지 갈 거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포기 하고 싶지 않냐고 묻자 김 씨는 “솔직히 지겹다, 하지만 이런 나쁜 행동을 멈춰야 안 하지 않냐”면서 “행동엔 책임이 따라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난 유명한 사람인데 법정싸움을 한다고 제 인기에 지장 있지 않을까 란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나이라서 끝까지 간다”고 힘 주어 말했다.

최근 근황에 대해서는 “tbs FM에서 4~6시 매일 생방송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김미화, 나선홍의 유쾌한 만남>이란 프로를 진행하고 하고 주말에는 논밭 한가운데에 컨테이너 붙여서 만든 용인 호미카페에서 친환경작목 하는 농부님들 농산물 판매도 하고 커피도 판다”고 전했다.

김 씨는 시사 프로 유능한 진행자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시사 프로를 떠난 지 3년이 지났다. 그립거나 하고 싶지는 않을까? 이에 김 씨는 “시사프로그램 제의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제 이미지가 너무 딱딱해져서 안 하는 거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어수선한 시국에 대해서는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며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에 홍광일 시인이 쓴 ‘흐르는 눈물만 눈물인 줄 아느냐’라는 시가 있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나니 보인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이는 게 아니더라. 보이는 현상 이면에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추잡스럽고 혐오스러울 때 좌절감이 오는데 지금이 딱 그런 시대인 것 같아서 요즘 저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돼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1일 고발뉴스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go발뉴스
방송인 김미화씨가 1일 고발뉴스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go발뉴스

다음은 김미화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되레 변희재가 법정서 그만 만나자고 짜증내”

- 지난달 21일 변희재 씨를 상대로 청구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승소하셨잖아요. 소감 부탁드려요.

“기대했던 결과이기에 기쁩니다. 이번 소송도 3년이 걸렸거든요, 변희재 씨 신문사 소속 기자가 이전에 속해있던 극우신문과의 법정 다툼까지 합하면 10년이 넘게 소송을 하는 건데요. 소송 좋아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법원에 오가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명예훼손 관련 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제출할 준비서면이란 걸 쓰잖아요. 보통 방송 끝나고 새벽에 혼자서 자료 준비하고 준비서면을 썼거든요. 쓰면서 ‘나 이러다 법률전문가 되는 거 아냐’라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법정에서 건건이 시시비비를 가리자 했더니 변희재 씨도 이제 슬슬 법정에서 저를 만나는 걸 지겨워하기 시작했어요. 법원에서 만나면 제발 그만 하라고 짜증을 내더라고요. 짜증 나는 저는 뒤바뀐 상황이 웃겨서 웃고요. 저의 바람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멈추라는 거예요. 전 멈출 때까지 끝까지 갈 겁니다.”

- 너무 많이 하니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것 같아요.

“솔직히 지겹죠. 하지만 이런 나쁜 행동을 멈춰야 안 하죠. 아닌 걸 사실이라고 우기면 매우 부당한 거고요. 행동엔 책임이 따라야죠.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제 나이가 어리거나 난 유명한 사람인데 법정싸움을 한다고 제 인기에 지장 있지 않을까란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나이거든요. 더구나 코미디언 생활 33년째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가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 어떤 사건이었는지 설명 부탁드려요.

“이번 변희재 씨 건은 1심에서 제가 변희재 씨에게 1300만 원 승소를 했어요. 근데 대법원에서 1심을 유지한 채 2심을 진행하라고 파기환송했기 때문에 제가 청구했던 나머지 금액을 가지고 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했던 거고요.

2심에서도 1300만 원을 손해배상 하라는 판결로 금액이 늘어난 건데 번번이 여기저기서 패하는 변희재 씨라 손해배상을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변희재 씨가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 신고한 재산목록을 살펴보니 재산이 꽤 되더라고요. 그걸 보고 안심을 했어요. 변희재 씨에게 이건 쇠고기 파티 두 번 정도 할 금액이겠구나 싶더라고요.”

- 소송이 많으면 힘들진 않아요.

“힘들죠. 변희재 씨를 법원에서 자주 보잖아요. 어느 날 제가 변희재 씨에게 자주 보는데 그냥 헤어지지 말고 같이 고등법원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제 옆에서 포즈를 취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념사진도 찍어놨어요. 법정싸움이 다 끝나면 법원 앞에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공개하려고요. 징그럽게 재미있겠죠. 아직 남부지법에 또 한 건이 있거든요.

이번 소송 중에 변희재 씨가 다른 날 신문에 쓴 기사를 문제 삼아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건데 강제조정에서 손해배상금 800만 원을 저에게 지급하라는 조정과 함께 저에게 ‘친노 좌파라 칭했을 때 건당 500만 원, 기사 썼을 때 얼마’라는 식으로 강제조정이 있었거든요. 변희재 씨가 항소해서 현재 1심에 가 있어요. 이번에 고등법원에서 난 판결이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저 돈 참 많이 쉽게 벌죠(웃음).”

“한 숟갈씩 덜어 ‘같이의 가치’ 나누는 방법 찾는 게 어려운 숙제일까”

- 최근 근황이 궁금해요. tbs에서 방송 진행하시던데.

“tbs FM에서 4~6시 <김미화, 나선홍의 유쾌한 만남>이란 프로를 진행해요. 매일 생방송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고 주말에는 논밭 한가운데에 컨테이너 붙여서 만든 용인 호미카페에서 친환경작목 하는 농부님들 농산물 판매도 하고 커피도 팔아요. 농사도 짓고요. 주말엔 평범한 삶을 살고 금요일까지는 치열하게 방송하고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요. 요즘 종편 예능프로그램에서 웃겨드리니까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졌어요.”

- <유쾌한 만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그야말로 유쾌한 만남이에요. 예능 프로죠. 게스트가 나오고 노래 틀고 저희 방송 시간에 차 타고 움직이는 분들 많으시거든요. 그리고 앉아서 일하시는 분들, 식당, 집에 있는 주부들이 듣기 편하게 퀴즈 내서 선물도 주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하고 좋은 노래도 듣는 거예요. 책 소개하는 코너도 있고요. 듣기 부담 없다고 표현할 수 있죠. 이번에 청취율 조사를 했는데 청취율이 전체적으로 많이 올랐데요. 아침에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 덕이라나 뭐라나(웃음).”

<사진출처=tbs라디오 <유쾌한 만남> 홈페이지 캡처>
<사진출처=tbs라디오 <유쾌한 만남> 홈페이지 캡처>

- 시사 프로그램 할 때와 차이가 있을 듯해요.

“시사 프로그램은 까다롭고 예능은 쉽죠. 제가 코미디언이잖아요. 예능 재밌게 꾸려나가는 재주가 있는 사람.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 시사프로그램에 관심 엄청나잖아요. 반으로 나뉘어서 니편이네 내편이네 정치로 가려고 그러네 정치적이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필요도 없고 이건 말랑말랑해서 너무 좋죠. 저에게 맞아요.”

- 시사 프로그램이 그립거나 하고 싶진 않아요?

“시사 프로그램 제의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제 이미지가 너무 딱딱해져서 안 하는 거예요. 코미디언인데 코미디프로 섭외가 안 들어와요(웃음).

- 지금 나라가 어수선하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있을 듯해요.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와요. 세상이 바뀌어야죠.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에 홍광일 시인이 쓴 ‘흐르는 눈물만 눈물인 줄 아느냐’라는 시가 있거든요.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나니 보여요.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보이는 현상 이면에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추잡스럽고 혐오스러울 때 좌절감이 오죠. 지금이 딱 그런 시대인 것 같아서 요즘 저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돼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온 세상이 다 밥그릇 싸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그릇 싸움을 하더라도 서로 한 숟갈씩 덜어서 ‘같이의 가치’를 서로 나누는 것 그게 굉장히 풀기 어려운 숙제일까요? 제가 좋아 하는 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자리에서 무엇이든 노력을 해봐야죠.”

“백남기‧세월호‧위안부..어려운 사람들 곁에 있을 것”

-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약간 묻힌 경향이 있지만, 정부가 문화 예술인 만여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논란이 있었어요. 김미화 씨도 2010년에 블랙리스트를 겪어 이번 사안에 대해 남다를 것 같아요.

“블랙리스트의 원조는 저죠(웃음). 논란의 가장 중심에 서 있었잖아요. 블랙리스트니 뭐니 이런 시대를 빨리 끝내야죠. 문화 예술이 정치의 논리로 평가받는 순간 문화예술의 가치는 엉뚱하게 희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봐요. 문화예술은 예술성으로서 평가받아야 하는 거죠, 정권에 잘 보이면 떡 하나 더 주고 누구는 밑 보여서 공연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왔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가칭)다시민주주의포럼 제안자 모임에서 방송인 김미화의 사회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토크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방송인 김미화, 홍승희 대한민국효녀연합 대표, 조성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지도위원, 박래군 4월16일의 약속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 김선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백도라지 백남기 선생 장녀.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가칭)다시민주주의포럼 제안자 모임에서 방송인 김미화의 사회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토크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방송인 김미화, 홍승희 대한민국효녀연합 대표, 조성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지도위원, 박래군 4월16일의 약속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 김선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백도라지 백남기 선생 장녀. <사진제공=뉴시스>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없어요. 늘 말씀드리지만 무계획이 계획이죠. 제가 늘 말씀드리는 게 저는 코미디언으로서 웃기는 것 그리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은 두 가지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하나하나 개인으로는 ‘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다’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저의 계획이네요. 농민 백남기 어르신 가족, 정신대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나눔에 집 할머니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어려울 때 누가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거나 위로해 주면 그게 힘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일도 꾸준히 할 거예요. 위로해 드리는 것이 어렵나요? 가면 좋아하세요. 그런 힘을 믿고 갑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GO발뉴스>가 요즘 발 빠르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 보고 제가 존경해 마지 않습니다. 건강한 언론으로서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으시고 진실을 보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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