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지하철 안전문 노동자의 죽음에
[스크린도어 사이에서]
-19살 지하철 안전문 노동자의 죽음에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나의 문은.
날마다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고치면서도
나는 나의 세상으로 통하는 문은 열어보지 못했다.
스패너로 아무리 풀어도 가난은 조여 오고
펜치로도 끊어낼 수 없는 배고픔을 끌어안은 채
문에서 문으로 내달렸다.
닫힌 문에서 닫힌 문으로 달려온
내 열아홉 살,
대낮에 땅 밑으로 내려가는 출근
철길 끝으로 퇴근하면 깊은 밤이었다.
고장 난 문을 고칠수록
내 몸 어디선가 문은 칸칸이 닫혀만 갔다.
구의역에서 마지막 문을 열었을 때
거기 유리벽에
내가 본 적 없는 내가 짧은 순간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전동차는 달려 들어오고
다급하게 유리벽을 두드려 살려 달라 외치는
오늘은 내 생일
내가 나에게로 향하는 문이 일그러졌다.
작업가방 속에는 아직 먹지 못한 컵라면
틈이 나면 국물이라도 떠먹고 싶어 넣어둔
내 열아홉 살 숟가락을 스스로 젯상에 올린다.
뼈가 나무 젓가락인 양 부서지고
또 어디선가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만 나에게로 오는 문만은 열지 말아다오.
작업가방 속 드라이버를 끄집어내
열아홉 살을 조여 다오.
이 죽음을.
목숨마저 하청 용역 비정규직인
이 하루가
다시는 열리지 않게끔.
이 슬픔을 조여 다오.
* 하루 30개 남짓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19살 노동자가 죽을 때 지녔던 소지품 목록을 여기 남긴다. 이 소지품에는 한국 19살 청년을 나타낼 수 있는 단 한 개의 물품도 없다.
부모가 공개한 이 소지품 목록은 어떤 시로도, 어떤 문학으로도, 어떤 영상으로도 나타낼 길 없는 엄숙한 리얼리티다. 껌 한 개, 휴지 한 장 없는 그의 일상 앞에 슬픔이란 말조차 사치이자 허영일 뿐이다. 생일 날 죽은 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월급은 140만 원이었다.
이것은 2016년 한국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소지품이자 생일상이자 젯상 목록이다.
드라이버 4개
렌치 1개
스패너 3개
리퍼(펜치) 두 개
유성 매직펜 2자루(검정, 빨강)
볼펜 2자루
가위 1개
장갑 1벌(3M)
손전동 1개
건전지 2개
전선정리용 케이블 타이 1개(흰 색)
걸레 1장(청색)
열쇠 꾸러미
합성가죽 지갑
방진 마스크 1개
휴대전화 충전잭
점검증(비닐 폴더)
수첩 1개
교회 선전문
비닐 봉지 1개
컵라면(육개장, 농심)
나무 젓가락 1개
숟가락 1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