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서해성] 지·옥·고

- 지옥고에 사는 어느 청년의 노래

     

[지·옥·고]
-지옥고에 사는 어느 청년의 노래

땅 밑에도 살아보았어
밤마다 관을 맞추듯
고시원 반지하방에 누울 때
살아, 창문 없는 땅 밑에 살고
죽어, 창문 없는 땅 밑에 묻힐
이 봄날에
나는 지옥고 사람.

지붕 위에도 머물러보았어
한 평 짜리 허공
옥탑방에서 절망은 늘 고공 농성중이었지만
아무도 몰라
살아, 출구 없는 허공에 살고
죽어, 출구 뿐인 허공에 흩어질
이 봄날에
나는 지옥고 사람.

나는 민쯩을 가진 유령
국토가 있어도 방이 없어
지하에서 다시 옥탑으로
옛 어머니가 백일 동안 쑥과 마늘로만 동굴에서 버틴 인연일까
신선을 조상으로 여럿 둔 죄일까
이 봄날에
허공에서 다시 땅 밑으로.

지상의 대지에서
위로 또 아래로 내쫓긴
등록금보다 헐벗고
절망보다 비루하고
세월보다 남루하고
부모보다 가난한
이 봄날에
나는 지옥고 사람
세금 내는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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