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서해성] 지붕 위 사투리

 
 

[지붕 위 사투리]

비가 내리오
어제도 지나갔노라
여진족 말로
거란족 말로
재가승 재가승
검은돌 아오지
사투리로
비가 내리오
그그저께 살짝 내린 눈도 실은 사투리였노라고
ㅿ반치음으로 쌓인
륙진六鎭 방언
아시는지
두만강은 투먼울라
일만 물줄기
회령會寧 동문 사는
북청北靑 사투리
이도 닦지 않은
흰 사투리
서수라西水羅 밖
삼천리 끝으로
돌아간다
눈이
비가 내리오


* 아오지 : 여진 말로 검은 돌(석탄).
* 투먼울라 : 일만 물줄기. 여진 말을 한자로 음차(두만강)한 것.
* 서수라 : 두만강 끝에 있는 땅이름. '서수라 너머로 갔다'는 말은 조선시대에 국경을 넘어갔다는 뜻으로 쓰였음.
* 조선은 언제부터인가 이 말들을 남긴 여진 사람들을 '재가승在家僧'이라고 불렀음.
* 육진 방언에는 반치음이 뚜렷함.


- 개성공단이 문을 닫고 눈이 비로 바뀌는 새벽, 길을 떠난 눈은 어디쯤에 이르렀을까.
투먼울라 쯤에서 세수를 하고 있을까.
북청에서 녹아 깊은 새암이 되었을까.
어느 낮은 처마에서 고드름이 되어 까마득히 잊힌 말들을 엿듣고 있을까.
다시 비가 눈으로 바뀌는 새벽까지 기다려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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