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혐오→폭력, 순식간”…이송희일 “여성들의 공포를 방조하는 세계”
김남훈 프로레슬러는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사건에 대해 “묻지마 라고 하는데 제가 화장실 들어갔어도 그랬을까요”라고 사건 명명에 반론을 제기했다.
김남훈씨는 18일 페이스북에서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여성차별 살인’이 맞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씨는 “정확한 명칭(더 정확한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을 사용해서 이런 사건을 제대로 분석 및 대응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훈씨는 19일 새벽에 다시 글을 올려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술집에 도착. 달큰하게 취해 화장실에 갔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 꾸벅꾸벅 졸며 “다 왔습니다”라는 말에 정신차리고 내리는. 이런 행동들이 ‘남자만 가능한 나라’는 ‘살기좋은 문명국’이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앞서 17일 오전 1시 30분경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서 23세의 여성이 일면식이 없는 30대 남성에게 살인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김모씨(34)는 흉기로 수차례 여성을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국화꽃이 쌓이고 수백개의 포스트잇 메시지가 나붙는 등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애도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보좌진 없이 강남역 추모 현장을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8일 트위터에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습니다”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한 시민이 포스트잇에 적은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란 자조적인 추모 글귀를 소개하며 “(이런 글을 읽게 되는 현실이) 슬프고 미안합니다”라고 애통함을 드러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19일 “어제 인권교육하러 가서, ‘혐오표현’에 대해 강의하다가, 혐오->차별->폭력->절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편의상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거지, 혐오에서 폭력으로 직결되는 건 순식간입니다”라고 말했었는데...”라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이런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지 뒤늦게 알았습니다”라고 자신의 강연 내용이 현실이 된 상황을 개탄했다.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여자라서 살해된 것이다. 우발적인 게 아니라, 만만해서 살해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감독은 “명확한 젠더 살인에 대해 일반화하지 말라고 거품 무는 X들은 한국 여성들이 밤에 느끼는 그 거대하고도 일반적인 공포를 생각하면서 입을 닥치는 게 좋다”며 “구조화된 젠더 폭력의 세계이고, 밤 골목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소스라치는 여성들의 공포를 방조하는 세계”라고 비판했다.
그는 “범죄자를 ‘사이코패스’화하고 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극명한 정치적 모순을 가리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뻔뻔한 위장술이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