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성추행 일파만파..“대학 못가면 미아리 보낸다”

피해 여교사 “성범죄가 문화가 돼 버려…아이들이 익숙해졌다”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성추행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피해자 수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가해 교사가 수업 중 여학생들에게 “대학에 못가면 모조리 미아리로 보내겠다”는 진술이 나왔다.

5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 A씨는 당시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가해 교사가 언급한 ‘미아리’가 서울 성북구 일대의 성매매 집결지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A교사는 지난 2월 교직원 워크숍을 갔다 노래방 뒤풀이에서 당시 교무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그는 "학교 식당에서 가해 교사들과 마주치는 것조차 두렵다"며 "1년 넘게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혼자서 교무실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밝혔다.

워크숍 이후 A교사는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 뿐이었다.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나 처벌을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교장·교감, 교육청 관계자들이 사건을 묵인하고, 은폐·축소하려는데 신물이 났다”고 전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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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제자들 위해 학교를 그만둘 수 없어”

현재 이 학교에서 가해 교사 5명에게 직접적으로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교사는 8명이다. 피해 여학생은 2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해 교사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은 여학생은 최소 100명이 넘는다.

교육청의 감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자 수는 점점 늘어났다. 특히 어린 제자들의 피해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A교사의 고통은 더해졌다. 그러나 제자들을 위해 학교를 그만 둘 수 없다는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당장 수시 전형을 치러야 하고, 수능시험도 고작 100일 앞둔 학생들을 생각해 마음 속으로 분을 삭이며 학생들에게 진학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1주일간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당장 다음주가 걱정이다. A교사는 “학생들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앞서 지난 3일 김형남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이 학교 가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여학생들에게 '미아리' 발언을 한 문제의 교사는 "미아리로 보내겠다는 것은 미아리 점집에 가라는 뜻이었다"고 해명 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의 피해 여교사는 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지난 1년 반을 돌이켜 보면 성추행 소문이 소문을 낳는 그런 상황이었다”며 “그게 나중에는 마치 학교의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교사도 마찬가지고 학생도 똑같이 느꼈고, 성범죄가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게 지금 돌아보면 너무 소름끼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피해 여교사는 “처음에는 (가해 교사의 성희롱 발언을) 엄청나게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인 학생들이 한 학기 내내 성희롱 발언을 들으면서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졌다”며 “아이들이 옳고 그름의 판단이 흐려졌다. 지금 이걸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 수사가 반드시 피해자 위주로 진행됐으면 한다”며 “경찰에게 혹시 말했다가 내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내 신분이 노출되거나 아니면 내가 당한 피해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면서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조만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넘겨받은 피해자 설문 결과 등 감사 자료 분석을 마무리 하고, 피해 여학생과 여교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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