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성추행’ 피해자만 130여명.. 교장 축소·은폐 정황

50대 남자 교사 4명, 1년간 여교사·여학생 130여명 성추행 파문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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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 교사들의 성추행·성희롱 피해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의 안이한 대응도 도마에 올라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 학교 50대 교사 4명은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여교사와 여학생 130여 명을 성추행·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교내 첫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장은 교육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성범죄 사건을 학교장이 알게 되면 법에 따라 신고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교장은 사안을 축소·은폐하려해 현재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3일 김형남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여교사들이 회식 자리에서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을 했다”며 “곁에 입고 있던 점퍼가 뜯어질 정도로 강압적으로 여교사의 몸을 만진 성추행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교사와 여학생에 대한 이들의 성추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A교사는 과학실 등에서 여학생들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려고 했다. B교사는 여학생들을 ‘황진이’, ‘춘향이’라고 부르며 수업시간에 연예인과 성관계를 하는 상상을 들려주기도 했다.

C교사는 다수의 여학생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올해 2월 경찰에 고발됐다. 그는 지난 2월 학부모로부터 고발을 당해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직위해체는 4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교육청이 C교사에게 휴직을 권고했으나 C교사를 이를 거부하고 계속 학교에 출근했다.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뒤에서야 교육청은 뒤늦게 C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이 학교에서 1년 넘게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일어난 것은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다. 피해 여교사들이 문제 제기를 할때마다 교장은 단호한 처벌은커녕 덮기에 급급했다. 이 때문에 지난 14일 피해 여학생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 특별 감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교육청은 이 학교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직원간 갈등으로 ‘내홍’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내부 갈등이 외부로 노출돼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감사관 K씨는 지난달 26일 이 학교 피해 여교사들과의 면담에 앞서 감사팀원 2명에게 배석할 것으로 지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감사관의 지시를 거부했다.

이들은 감사관이 점심에 막걸리를 먹고 들어와 조사하려고 배석을 거부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감사관은 “취한 상태가 아니었고, 해당 여교사들에게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나서 면담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갈등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직원들이 감사관을 길들이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씨는 지난 6월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을 통해 임용됐다. 감사관의 지시를 거부한 2명은 아직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는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졸지에 난감한 입장이 됐다. 한 학교에서 1년간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일어난 초유의 사안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는 와중에 내부 갈등이 외부로 노출돼 조사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교육청은 해당 학교 교장에 대해 오는 3일부터 직무유기 및 성추행·성희롱 혐의에 대해 추가 집중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해당 학교장은 성추행과 성희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철저한 수사결과 사실로 밝혀진다면 전체 교육자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학교장은 양심을 걸고 성추행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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