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에 시원하게 한방 날렸네…역사를 마구 주물러대더니만”
뉴라이트 성향의 보수단체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몰래 비판하는 시가 입선작으로 당선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이 공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품집’에 ‘우남찬가’라는 제목의 시가 입선작 8편 중 하나로 등재돼 있다. 해당 작품은 4일 오전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돼 있다.
입선작 ‘우남찬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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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한 듯 보이지만 각 구절의 첫 글자만 따서 읽으면 내용은 달라진다.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라는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글쓴이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3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승만 시 공모전 입선!”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몇달전 이승만 시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시를 써서 유머게시판에 올림, 반응이 좋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냈더니 입선! 상금 10만원으로 여친(여자친구)이랑 고기먹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상작품집에 등재된 ‘우남찬가’ 시 전문과 자유경제원이 수여한 상장 인증 사진을 올렸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명의의 상장에는 “입선, 상기인은 자유경제원에서 주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작품 ‘우남찬가’를 통해 시대의 거인으로 살다간 이승만 대통령의 위대한 삶의 발자취를 담대하게 그려내었기에 이 상장을 수여함, 2016년 3월 24일”이라고 적혀 있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해 평균 20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단체로 최근 박근혜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시장 개편 여론전에 앞장서 왔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로부터 ‘영웅’ 칭송을 받았던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9번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은 보수논객 복거일 작가다. 복거일씨는 자유경제원 주최 토론회에서 “국사학계가 특히 좌파 이념에 편향적이고 대한민국의 정통성,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지닌 사람을 역사학계에서 찾기 어렵다”며 “국정 교과서는 자유로운 시장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단 하나의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남찬가’ 시에 대해 네티즌들은 “역시 젊은이들 위트 대단하네요”, “읽으면 읽을수록 명작일쎄”, “이 땅의 청년은 총명하다”, “찬양하는 줄 알고 좋다고 뽑았으나~~~~ ㅋㅋㅋ”, “뉴라이트 무뇌인증”, “꼬시다...ㅋㅋ 저 시 당선된 사람 얼마나 웃겼을까”, “진짜 시인이다”, “훌륭한 젊은이네, 유머를 아네, 방송국에서 채용하면 좋겠다...저 따위 공모전이 있다는 게 부끄럽다”, “장원감의 우화와 해학이 넘치는 멋진 시다. 어떻게 저런 지혜가”, “이몽룡이구만, 대상감이다”, “시원하게 한방 날렸네요. 역사를 뭐같이 주물러대더니만 꼴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