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이승만, 집권 말 치매로 정신 온전치 않아…통치력 약화”

<뉴시스> 비밀문서 공개…“30대 비서 박찬일‧프란체스카가 국정관리”

독재자 이승만이 집권 말기 심신이 온전치 않아 통치력을 상실해 당시 30대 초반에 불과했던 박찬일 비서와 프란체스카 여사가 국정을 관리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문서가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22일 <뉴시스>에 따르면, 1959년 8월 1일자 CIA 문서는 ‘이 대통령의 정책과 국정 운영이 약화되고 있음’이라는 제목 아래 이승만이 정신건강 문제로 통치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내용과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행태를 상세히 기술했다.

이승만이 헤스 중령에게 한국 근무기간 동안 세운 공적을 치하하며 은성무공훈장과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 휘장을 수여한 뒤 프란체스카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이승만이 헤스 중령에게 한국 근무기간 동안 세운 공적을 치하하며 은성무공훈장과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 휘장을 수여한 뒤 프란체스카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이 문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국정 관여도가 약화되면서, 중요 정책 결정 사항이 경무대 비서진과 권력 유지에 극단적 수단도 불사하는 자유당 강경파의 손에 움직인다”고 적혀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1959년 5월 하순부터 정무에 관심을 쏟는 능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발상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개념조차 파악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 “7월 13일 이 박사와 만나 대화를 나눈 다울링 대사에 따르면 이 박사는 현재 거론되는 (정국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 밖에도 문서에는 최인규 내무부장관과 홍진기 법무부당관, 송인성 재무장관의 ‘삼두정치(triumvirate)’와 자유당의 강한 파벌 정치가 통치권을 훼손하고 있고 이승만의 비서 박찬일이 정책 결정에 관여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기술했다.

“자유당 자신들 권력 유지 위해 장면 부통령의 대통령 계승 막게 될 것”

문서는 196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박사의 정신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오랫동안 정국 불안정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현재 권력을 휘두르는 자유당 강경파는 이미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 유고 시 물러나게 할 헌법상의 조항이 없어서 야당 인사인 장면 부통령의 대통령직 계승을 막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월터 다울링 주한 미국대사의 1959년 8월 15일 전문보고에서도 “이 대통령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 요즘 그는 서류도 거의 안 읽고 사람도 안 만난다”며 “모든 것은 박찬일 비서와 프란체스카 여사가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승만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실상 국사를 돌볼 수 없어, 30대 박 비서관과 프란체스카 여사가 국사를 좌지우지했다는 내용이 곳곳에 기술돼 있다.

이 문건이 밝혀지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 문서는 CIA 1급 기밀문서로 분류됐으며 2002년 10월 21일부로 비밀이 해제됐다. 당시 CIA는 이승만에 대해 매일 정보 동향을 수집해 워싱턴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 독재로 한국의 정국 불안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무를 돌보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정황에 미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또한, 1960년 3‧15 부정선거와 이어진 4.19 혁명의 주 원인이었던 이승만 장기 독재에 대한 당시 자유당의 책임에 더하여 경무대 비서진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대리청정’ 책임까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CIA 문서. <사진제공=뉴시스>
미 CIA 문서. <사진제공=뉴시스>

“이승만 ‘치매’ 당시도 말 나와…프란체스카 국정전반 깊숙이 관여”

이와 관련 성신여대 사학과 홍석률 교수는 이날 ‘go발뉴스’와 통화에서 “그 당시에도 이 박사 ‘노망설’은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했다. 이미 그 때 이 박사의 나이가 84~85세였다”며 CIA 문서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다만 홍 교수는 “이승만이 건강이 좀 나빴고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의존했지만, 이 내용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부정선거에 대해서 이승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이승만은 잘 몰랐다’는 논리에 말려들어갈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미 CIA문서 내용을) 이승만의 건강문제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홍 교수는 “(이승만이) 1955년에 한 번 독감에 심하게 걸려서 병원에 오래 있었다”면서 “그 이후부터 건강이 점차 나빠지긴 했지만 1960년 4‧19 혁명의 국면을 보면 기본적인 판단, 정치적 이해관계는 따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근현대사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진행자인 이동형 작가도 ‘go발뉴스’에 “미 CIA보고 문서는 나중에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아마 이 문건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 프란체스카 여사에 대해서는 ‘푸른 눈의 이방인’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이승만이 정신 멀쩡할 때도 국사에 관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영부인 중에서 국정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영부인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김옥숙 여사와 프란체스카 여사”라며 “프란체스카는 인사권까지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더하여 “프란체스카가 조용하게 내조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승만과 부부싸움도 엄청 심하게 했다. 이승만이 누구를 만나는지 일정을 먼저 챙겨서 O,X치고 그랬다”면서 “그런 프란체스카가 이승만 정권 말기 국정개입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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