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집필진 반대 불구 멋대로 ‘유신’ 미화 내용 넣었다”

한인섭 교수 “박근혜 정권하 집필 예정자, 한술 더 떠 박비어천가 써 넣을 듯”

정부가 역사학계는 물론 각계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 정권 시절 첫 국정교과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집필진의 반대에도 불구, ‘유신’을 미화하는 내용을 멋대로 집어넣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좌),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우) <사진제공=뉴시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좌),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우) <사진제공=뉴시스>

중도보수 성향의 역사학자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에 “(박정희 정권 당시)교과서 국정화가 발표된 이후 당시 문교부가 집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당시 근현대사 단원을 집필한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도 “새마을운동과 유신에 관한 (긍정적인) 내용을 포함하라는 문교부의 요구를 거부하자, 누군가 내 교과서 원고에 관련 내용을 써 포함시켰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한영우 교수는 “당시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연구진과 집필진으로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식민사관을 극복한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자는 열망으로 국정교과서 집필에 나섰지만, 유신체제 이후 교과서는 유신교과서로 낙인찍히고 집필진은 어용학자가 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시) 학문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단일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다양한 학설을 인정하는 민주국가에서 하나만 뽑아서 정설로 인정한다는 것인데 합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 “결국 이쪽저쪽에서 비판을 받는 교과서가 될 것이고, 교과서의 권위 자체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증언과 관련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국정교과서 집필(예정)자들은 알아서, 한술 더 떠 박비어천가(를) 써 놓고 떡고물(을) 챙길 거지요”라고 일갈했다.

한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병석, 한영우, 김철준은 당시 일급학자였지만 이번 집필자는 최하급이거나 역사연구 문외한일 것”이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또 “‘역사’책을 들여다보는 참뜻은 현재를 반성하고 교훈을 얻기 위함”이라고 강조하면서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책을 만든다면 그 책의 장래는 쓰레기통과 불쏘시개감”이라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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