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최양희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RCS(원격조정시스템)에 대해 “감청설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제10조에서 감청 설비를 규정하고 있는데 전기 장치나 기계 장치와 같은 유형의 설비를 감청설비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RCS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감청 설비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매 대리자였던 나나테크의 행위에 대해서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나나테크가 RCS 프로그램을 감청설비로 보지 않아 신고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를 감청 설비로 신고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나나테크가 미래부의 허가를 받지 않아 통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나나테크를 통비법 10조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통비법 제10조에 따르면 감청설비를 제조·수입·판매·배포·소지·사용하거나 이를 위한 광고를 하려면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이 감청설비를 도입할 때에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통비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쟁점은 RCS를 감청설비로 볼 수 있는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국회의원은 “RCS가 하드웨어가 아니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법적으로 불명확한 부분이 있으면 미래부가 적극적으로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걱정할 필요 없어?

최 장관은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당국에서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수사결과를 받아야한다. 다 시원하게 밝혀지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청이라는 것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데 RCS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감청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에서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팀 시티즌랩의 해킹팀 스파이웨어 분석 결과 및 해외 민간인 사찰 사례에 대해 듣고 빌 마크작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또 “이동통신에 대한 감청이 필요하다는 것은 맞다”며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최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인 문병호 의원은 “미래부 고시는 소프트웨어도 설비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법령해석을 왜곡해 국정원을 비호한 최 장관은 즉각 사퇴하고, 이병호 국정원장은 불법행위를 시인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