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싹싹’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 주부 또 사망

‘옥시’ 영국 본사 항의 방문 예정.. “가해 기업 사과하라”

가해 기업의 사과도 듣지 못한 채 또 한명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은 10일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던 피해자 중 이모씨가 9일 낮 호흡곤란 증세 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모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질환으로 14년째 투병해오고 있었다. 지난 4일부터 이씨는 심장과 신장 기능이 떨어지며 대전 충남대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씨는 2001년 둘째 아이 출산 전부터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기 시작해 2011년 정부 역학조사가 발표되어 사용을 중단할 때 까지 매해 겨울철 매달 3-4개씩 주로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다.

이씨는 출산 후부터 호흡곤란을 호소, 폐 상태가 악화되며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고, 폐포가 터지는 기흉이 발생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말 상태가 더 나빠진 이씨는 지난 4월 환경부 피해 판정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이 ‘거의 확실’하다는 1단계 판정을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 제품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 제품들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생존환자들의 사망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사망률은 피해신고된 530명의 27%에 해당한다. 사망자의 상당수가 3세 전후의 영유아와 30대 임산부 연령대인데 이씨 등의 사망으로 임산부 연령대 사망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아내를 잃은 최주완 피해자와가족모임 공동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가 자꾸 늘어 안타깝다”며 “지난 4월말 피해자모임에 참석했던 고인의 남편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며 아내를 위해 피해자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고 밝혔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정부의 지원대상인 1-2단계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물론이고 ‘가능성 낮음’의 3단계나 ‘가능성 거의 없음’의 4단계 판정을 받은 경우 중에 상태가 나빠져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하거나 반복적으로 병원에 실려 가고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경우마저 있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이어 “3-4단계로 판정받은 피해자들은 정부의 지원범위 밖에 있어 사망자가 나와도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이씨 외에도 지난해 4월 정부 결과 발표 때와는 달리 살아 있던 성인 피해자가 추가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피해자 중 사망자 수는 정부 집계보다 2명이 더 많은 142명이다.

한편,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오는 18일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할 계획이다.

강찬호 피해자모임 공동대표는 ‘go발뉴스’에 “현지에서 4일 동안 영국 본사 쪽과 국회 등에서 하루 종일 시위를 할 계획”이라며 “가해 기업도, 정부도 공식 사과를 아직까지 하고 있지 않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대책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