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건희 손자 뒷문 합격 부끄러워…제도 개선해야”
“사회배려자 전형에서 떨어진 아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건희 회장의 손자가 사회배려자라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해직교사’ 출신 서울시의회 김형태 교육의원은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19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급식 비리를 고발했다. 파면 당했다. 비리 사학은 경고조치로 끝났다. 13개월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낙심했다. 낙향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그를 시민들이 일으켜 세웠다. 교육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것이다.
“해직 당했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해직 때 사진을 명함에 넣었습니다”, “교육의원으로 있는 동안 후회없이 일하려 합니다” 김 의원에게 ‘해직’의 기억은 아픔이자, 초심이었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재벌가의 편법 입학 행태 외에도, ‘새 학기를 맞아 펼쳐지고 있는 교복공동구매 및 교복나눔운동’, ‘SNS 등을 통한 소통의 필요성’, ‘혁신학교’ 등 다양한 교육 현안에 대해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재벌가의 편법 입학에 대해 “사회배려자 전형으로는 정말 사회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들어가야 한다”며 “누가 봐도 상식적이고 공정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어 “편법 입학을 막기 위해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교육청에 특별감사도 강하게 요구했다. 교육감도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학교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교복값에 거품이 많이 껴있다. 교복공동구매와 교복나눔운동이 좀 더 활성화 돼야 한다”며 “4대 브랜드의 담합을 제재해야 한다. 학생들을 위한 교복이 돼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주도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교육청은 중심 역할을 하되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SNS 등을 통한 소통에 대해, 김 의원은 “언론이나 시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교육청이 바뀌지 않는다. 개선되지 않는다”며 “언론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바뀐다. 그렇지만, 일일이 사람을 다 만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SNS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 고위공직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민심을 본다”며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민심하고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듣는 사람들의 의견만 듣게 된다. 민심과 이반되는 순간 성공하는 공직자,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소통하면 민심과 괴리될 일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혁신학교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라며 “학생들이 즐겁고 재밌게 공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학생 중심의 수업, 협력 학습, 모둠 학습, 현장 중심의 교육 과정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주입식 교육에서는 빵을 놓고 이건 빵이다 라고 가르친다, 혁신학교의 경우는 빵을 만져보고 먹어보라고 가르친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강조한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2월 27일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삼성 이재용 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했다.
“사회배려자 전형으로는 정말 사회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들어가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아이들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의 손자가 사회배려자 대상으로 학교에 들어갔다. 똑똑하고 실력이 있어서 정문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뒷문으로 들어간 것이다. 국민들 눈높이에서 실망스럽다.”
“영훈국제중학교는 2011년에 사회배려대상자를 경제적, 비경제적 대상자로 나눴다. 위법은 아니지만, 편법적이다. 성적의 비중이 줄고, 면접의 비중이 올라갔다. 부정입학 소지가 있어 보인다. 정말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들어갈 학생이 못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학생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삼성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재벌가 전체의 문제로 보인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지수가 부끄럽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이런 편법 입학을 막기 위해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교육청에 특별감사도 강하게 요구했다. 교육감도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학교들도 노력해야 한다.”
-교복공동구매 및 교복나눔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복값에 거품이 많이 껴있다. 4대 브랜드 대기업이 끼면서 교복값이 비싸졌다. 아이돌·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고, 키가 커 보인다, 디자인이 예쁘다하면서 교복값을 엄청 올려놨다
한 때 40~50만원대까지 올라갔었다.”
-그 동안 교복공동구매운동은 계속 있어왔다.
“교복공동구매운동은 계속 있어왔고, 실행이 되고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의 학교 운영 방침에 따라서 잘 되는 학교가 있고, 잘 되지 않는 학교가 있다. 잘 되지 않는 학교들을 포함해, 교복공동구매운동이 좀 더 활성화 돼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주도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다만 몇 년 지나면 학생들은 졸업하고 학부모님들도 떠나기 때문에, 교육청이 중심이 되어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들을 위한 교복이 돼야 한다. 교복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 학교 에서는 학생들이 교복을 벗고 체육복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복이 간편하고 활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교복을 바꿀 수도 있다. 학생들·학생회가 결정하도록 하자. 학생들이 원하는 간편하고 활동적인 교복을 질 좋고 싼 값에 공동구매할 수 있게 하자.”
“교복공동구매 무력화 시도가 있다. 예를 들어 교복을 공동구매할 때의 가격이 18만원이라고 하면, 4대 브랜드 교복은 22~23만원에 나온다.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4~5만원 차이에, 자녀들이 원하면 4대 브랜드 교복을 사주고 싶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4대 브랜드 교복을 사고, 중소 교복업체들이 문을 닫게 되면, 그때부터는 교복값이 오를 것이 뻔하다.”
“이러한 4대 브랜드 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교육청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4대 브랜드의 담합으로 교복공동구매가 없어지면, 4대 브랜드가 부르는 게 값이다.”
-교복나눔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교복값이 비싸다.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서, 교복이 작아져 못 입는 경우도 많다. 졸업을 한 학기를 남겨뒀는데, 도저히 교복을 입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이런 경우에 교복을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교복나눔운동이 필요하다.”
“교복공동구매 운동과 마찬가지로, 교복나눔운동도 학교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잘 이뤄지는 곳도 있고, 소극적인 곳도 있다. 교육청과 구청이 중심이 돼, 학생과 학부모가 주도하는 교복나눔운동이 돼야 한다.”
“교복나눔운동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학생들은 졸업식날 교복이 아닌 졸업식용 가운을 입게 한다. 2~3,0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동창회비에서 부담하기도 한다. 교복은 깨끗하게 빨아서 가져오면, 문화상품권 등의 선물을 준다. 그러면 아이들이 많이 가져온다. 고등학생들의 경우 졸업하면 성인이 되니, 정장차림으로 오도록 한다. 학생들이 정장을 입고 오면 건전한 졸업식 문화 정착도 가능하다. 1석2조다.”
-소통하는 시의원, 소통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언론이나 시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교육청이 바뀌지 않는다. 개선되지 않는다. 언론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바뀐다. 그렇지만, 일일이 사람을 다 만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SNS를 할 수 밖에 없다. 현장의 의견, 당사자 의견을 바로바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인들, 고위공직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민심을 본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민심하고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듣는 사람들의 의견만 듣게 된다. 민심과 이반되는 순간 성공하는 공직자,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소통하면 민심과 괴리될 일은 없다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교육과정, 커리큘럼 등은 어떻게 되나
“혁신학교란 말이 어렵다. 쉽게 표현하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다. 이를 두고 강원도에서는 무지개 학교, 경기도에서는 혁신학교, 서울에서는 서울형 혁신학교 혹은 행복학교라고 부르고 있다. 기존의 학교는 교사중심이고, 혁신학교는 학생중심이다.
“학생 중심의 수업, 협력 학습, 모둠 학습, 현장 중심의 교육 과정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일반학교에서는 빵을 놓고 이건 빵이다 라고 가르친다, 혁신학교의 경우는 빵을 만져보고 먹어보라고 안내한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옆자리 짝꿍이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다. 혁신 학교는 아이들이 즐겁고 재밌게 공부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핀란드식 교육이다. 핀란드 교육은 놀면서 세계 1등이고, 우리나라는 고통스럽게 세계 2등이다.”
“우리의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핀란드 교육을 얘기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실제 핀란드를 가보니, 우리 조선시대의 서당 교육과 비슷하다. 서당 교육이 9명에서 12명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못하는 아이를 끌어준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못하는 학생들 가르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초등 25명, 중고생 30명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편하지만, 선생님들이 힘들다. 대신 보람이 있다.”
-혁신학교에 대해 전교조 학교라는 비난이 있다.
“서울시 내 64개 혁신학교 중 전교조 선생님들의 비중은 20%도 안 된다. 전교조 학교라고 하는 건 색깔론이다. 교육이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수능 위주의 대학 입시, 주입식 교육의 일반계 고등학교에 혁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혁신학교를 보내면 정말 성적이 떨어지느냐. 핀란드의 경우가 그렇지 않다. 적은 시간에 놀면서 공부하는데 우리보다 성적이 낫다. 혁신학교의 교육은 학생 스스로가 터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빵의 예를 들었듯이, 만져보고 체험하는 등 처음에는 좀 더디지만,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혁신 학교 교육을 받았다고 시험에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학력으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능력과 학벌 위주의 사회가 아니라, 공동체 위주의 사회가 돼야 한다. 대입 제도도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