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재보선, 관건은 야권연대와 안철수

각 야당 독자후보 내기로…진보정의 ‘지역사수’ 필사적

정가의 시선이 오는 4월 24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점점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출발이 순탄치 않은 가운데 여당은 정국 주도권을 쥐고 현 정부를 서포트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야권은 대선 패배의 아픔을 수습하고 재도약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의 의미는 결코 작지않다.

현재 3개 지역구의 재보선이 확정된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지역은 서울 노원 병이다. 노원 병은 수도권 민심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스윙보트’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었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 대해 얼마전 의원직 상실형을 내린 대법원 판결을 두고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상징성도 담겨있다.

진보정의 “반드시 이겨야”…각 야당은 독자후보 출마 움직임

진보정의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기필코 노원 병을 사수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내고 있다. 이정미 대변인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진보정의당은 지난달 28일 노원병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고 적극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재보선 후보로 거론되는 진보정의당 인사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노 대표의 부인 김지선 씨다. 일각에서는 남편의 복수전을 위해 부인이 출마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김 씨가 노 대표의 아내이기 이전에 이미 인천지역의 이름난 노동운동가로 활동해온 만큼 자격에는 문제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지난해 총선에서 남편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역구(서울 도봉 갑)을 탈환한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그 좋은 예다.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 당선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홈페이지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 당선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홈페이지

천호선 최고위원의 출마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천 최고위원은 지난 1일 교통방송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해 “전혀 그럴생각이 없다”며 현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방송에서 천 최고위원은 김지선 씨의 출마가능성과 관련, “책임있는 자리에서 후보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노원 병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뵈었는데 그런 여론도 적지않게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정의당이 노원병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적잖은 난관들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연대에 나섰던 민주통합당도 독자후보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언론에 의해 출마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 인사는 정동영 상임고문과 박용진 대변인, 이동섭 지역위원장 등이다.

이와 관련, 김현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의 방침은 후보를 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웃지역구인 노원 을의 현역 의원인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18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희 당 입장으로는 후보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도 독자후보를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비대위 체제를 마감하고 이정희 대표 중심으로 당 재건에 나선 통합진보당은 소속 의원 4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의석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정희 대표는 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야당이 진보적 방향으로 정책을 맞춰 나가려면 적극적으로 국민들 앞에 후보를 내서 말씀드리고 의견을 수렴하고 저희가 평가받는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실상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이 대표는 본인의 직접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야당들이 저마다 독자출마를 고집할 경우, 야권의 승리 확률은 사실상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연대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새누리당 인사로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 홍정욱 전 의원 등의 출마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허 전 청장과 홍 전 의원은 이미 노회찬 대표와 한 차례 맞붙어 본 경험이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익숙하다. 그간 언론 노출이 잦았던 이 전 위원의 경우, 젊다는 점에서 2~30대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들 중 누가 나오더라도 야권으로서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야권연대 성사가능성은?…진보정의 “지역 주민 의사 고려해달라”

그러나 아직 재보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은 만큼, 야권연대 성사여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으로 보인다. 김현 대변인은 “보궐선거에서의 연대는 당 차원의 논의가 좀 더 있어야한다”며 “아직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정미 대변인은 “다른 야당에서 후보를 낸다면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다른 당에 후보를 내라마라 얘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노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의해 노원 병 주민들의 선택이 부당하게 좌절된 것 아닌가. (다른 야당이)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고 언급했다.

야권연대가 성사되더라도 파괴력은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야권연대가 ‘마법의 지팡이’는 아니라는게 증명됐다”며 “(야권연대가) 출현한다고 해도 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적 행보가 주목되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출마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금태섭 변호사 등 측근이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한다. 안 전 후보 측이 이번 재보선에서 성공적 결과를 가져간다면 향후 독자적 정치세력을 만드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신율 교수는 “안 전 후보의 (직접) 출마여부와 상관없이 안 전 후보의 측근이라도 출마한다면 야권 재편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안 전 후보 측이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야권 재편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재보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고 각 당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판세를 예측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노원병은 지난 17대 총선을 통해 독자적 지역구로 분구된 후 그간 세 번의 총선에서 여야가 번갈아 승리해 ‘스윙보트’(swing vote)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노원구에서 얻었다는 점은 야권에 고무적인 대목이지만 대선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우세를 점치는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로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 중 부산 영도의 경우, ‘한진중공업 사태’의 현장이라는 상징성측면에서 진보정당의 약진여부가 주목을 받고있다. 충남 부여·청양의 경우, 지역민들의 보수성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김형태 무소속 의원(경북 포항남·울릉)과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경북 구미갑)에 대한 원심이 확정된다면 4월 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은 최대 5곳까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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