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와 서울시 6개 경전철 사업 등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상수도와 정수장, 하수·폐수 처리장까지 민자 사업에 포함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에 따르면 8일 정부는 최경환 부총리 주재로 열린 7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존의 수익형(BTO) 민간투자 사업을 위험 분담형(BTO-rs)과 손익 공유형(BTO-a) 민자 사업 방식을 도입해 7조원 규모의 공공서비스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여기에는 제주 등 9개 지역의 상수관망·정수장 개선 사업과 인천시 하수처리시설, 진주 등 7개 지역의 폐수처리시설과 서울 경인고속도로, 서울 경전철 6개 노선 등이 포함됐다.

기재부가 새로 제시한 위험 분담형은 정부와 민간 사업자가 사업비를 50대 50으로 투자한 뒤 사업 이익과 손실을 그 비율대로 나누는 것이고, 손익 공유형은 70 대 30이다.

정부가 이러한 민간 투자 방식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민간은 여유 자금이 풍부하므로 시중의 여유 자금에 안정적 투자처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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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사업 과제 중 상수도나 정수장, 하수·폐수 처리시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들 사업은 요금이 낮아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그 부담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가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이미 건설된 민자 고속도로의 경우 국가 고속도로보다 통행료가 평균 1.85배나 더 비싸다.

또한 정부가 70%나 50%의 시설 투자비를 대면서 그 운영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거저 넘겨주는 게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9일 성명에서 “실패한 민자사업에 대한 자기반성과 제도 개혁 없는 혈세 퍼주기 정책”이라고 힐난했다.

경실련은 “정부의 민자사업 활성화 토건정책으로는 국가경제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며 “대기업 위주의 건설사와 투기자본에게 혈세를 퍼주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민자사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혹은 폐지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민자고속도로, 경전철 등 민자사업은 경쟁부재로 인한 대기업 특혜, 공사비 부풀리기를 통한 혈세낭비, 이용료 폭리 국민부담 증가 등 장점보다 문제점이 훨씬 많이 나타난 제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자료에 따르면 민자고속도로 지원금액은 1조 4천108억 원으로 재정고속도로 국고투자금액 1조 4094억 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가재정효율화라는 민자사업의 근본적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고 시민부담만 가중시킨 것으로 민자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혹은 폐지가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