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10봉지 훔치면 3년.. ‘장발장법’ 위헌결정

헌재 “정당성과 균형 잃어.. 헌법 기본원리 위배”

상습절도로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단순절도도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한 이른바 ‘장발장 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지게 됐다.

26일 헌재는 상습절도범과 상습장물취득범을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4 조항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날 결정문에서 헌재는 “어떤 유형의 범죄에 대해 특별히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해 현저히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라면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을 거듭 가중시켜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형을 규정하는 것은 형벌의 기능과 목적 달성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는 등 책임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헌재는 “특가법상 상습절도죄로 기소되면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없고 한 차례의 법률상 감경이나 작량감경에 의하더라도 1년6월 이상 30년 이하의 유기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에 비해, 형법상 절도죄로 기소되면 벌금형의 선고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1월 이상 9년 이하의 형을 선고받아 형의 불균형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특가법 제5조 41항은 상습적으로 절도죄를 저지르는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329조에 따라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지만, 특가법상 절도 혐의가 적용되면 징역 3년 이상을 선고받았던 셈이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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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근 법원이 해당 조항을 적용해 영업이 끝난 분식집에 몰래 들어가 라면을 끓여 먹고 동전통과 라면 10개를 들고 나온 남성에 대해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반면 청해진해운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가 70억 원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빵 한조각을 훔쳤다가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에 빗대 ‘장발장법’으로 불려왔던 이유다.

‘장발장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형이 가중처벌 돼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심이나 형사보상 청구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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