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면서 경제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청와대

경제개혁연구소가 23일 박 대통령의 취임 2년을 맞아 공약이행평가를 한 결과, 전체 경제민주화 공약 중 37%만이 법률개정 및 규정개정이 이뤄졌다. 개정된 법률 또는 규정을 분석한 결과 전체 경제민주화 공약 중 28.5%만 이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이행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대기업집단현황공시 확보’를 꼽았다. 기업의 사익 편취를 규제하고, 계열사의 구체적인 거래현황을 공시하는 것이 골자다.

연구소는 “해당 내용이 국정과제에 제시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돼 5점 배점 중 2점만 부여했다”고 밝혔다. 또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방지를 위한 시장경보장치로 활용했다는 목적에 비춰볼 때 이러한 규정 개정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소는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의 공식연설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19건의 연설 중 ‘경제민주화’를 언급한 것은 5차례 연설에서 8번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를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2013년 11월 18일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서다. 이후 박 대통령은 1년 3개월간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반면 ‘창조경제’에 대한 언급은 가장 많았다. 박 대통령은 425회의 경제관련 언급 중 ‘창조경제’를 78회(18.4%) 언급했다. ‘경제혁신 및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37회(8.71%), ‘경제성장 경제번영 경제발전’은 33회(7.76%), ‘경제활성화 및 경제활력’은 31회(7.29%), ‘경제회복 및 경제살리기’는 19회(4.47%)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제개혁연구소가 23일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에 등장하는 경제 키위드를 분석했다. ©go발뉴스(강주희)

연구소의 이 같은 지적은 정치권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방향 총론이던 ‘경제민주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경제 민주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시행 의지가 퇴색됐다는 우려도 나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 2년은 서민경제 파탄의 2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라는 시대정신은 버려졌고, 오히려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사회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생을 외면하고 민심을 무시하는 박근혜 정부로 인해 서민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 자신이 약속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빈 공(空)자, 공(空)약이 된 지 오래”라며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할 때마다 자기 탓은 없고 남 탓만 하는 정부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