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이른바 ‘황제 노역’ 논란 이후 관련 법률이 개정됐지만 법원과 검찰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노역장 유치 일당을 고액으로 책정했다 뒤늦게 바로잡은 사실이 알려졌다.

<뉴스1>에 따르면 6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철거래상 문 모 씨에 대해 원판결 중 노역장 유치 부분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 씨의 경우 벌금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정된 형법에 따라 5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했어야 한다”며 “원심이 벌금 24억 원과 노역장 유치를 함께 명령하면서 800만원을 1일로 환산해 300일의 유치기간만을 정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문 씨에 대해 징역 2년과 벌금 24억 원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노역해야 할 일수를 300일로 정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 판결은 개정된 형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법률에 정해진 노역장 유치 기간과 그에 따른 일당을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도 관련 법률이 개정된 사실을 몰라 항소하지 않았고, 문 씨도 항소를 했다가 취하하는 바람에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일당 5억 원짜리 ‘황제노역’으로 국민적 비판이 일자 5월에 국회는 형법을 개정해 ‘벌금 1억~5억원 미만이면 노역장 유치 기간을 300일 이상, 5억~50억원 미만이면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1000일 이상’으로 정한 바 있다.

벌금이 24억 원인 문 씨의 경우에는 노역장 유치 기간은 500일 이상이어야 하고, 해당 일당은 480만원을 넘지 못한다.

▲ ⓒ KBS

판결의 문제를 뒤늦게 파악한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 이를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는 형사 판결이 확정되고 난 뒤 잘못된 법령 적용을 확인했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심리를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그러나 비상상고가 받아지더라도 원래 판결보다 피고인에게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애 판결이 뒤집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문 씨에 대한 800만원 짜리 황제노역은 그대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