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한 교수 “언론 정확하게 문제제기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청와대가 내부 직원들에게 기록삭제 작업을 지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08년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자료삭제’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이명박정부와 참여정부의 삭제대상 기록물이 같은 종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5년 전 상황을 반추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채널A’는 19일 “청와대는 지난주 수석비서관 이하 참모진과 직원들에게 기록 삭제작업을 지시했다”며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와 정부 관련 기록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삭제하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삭제대상은 USB 등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종이로 된 공, 사문서 등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와대 내부 규정에 따른 파기작업이라고 하지만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공식 기록 등을 제외하면 내용 구분없이 대부분의 기록이 일괄 삭제된다”며 청와대 내부에서도 “무차별 자료 파기로 제대로 된 인수인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지 걱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당시, ‘청와대 사람들’은 참여정부의 자료삭제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나타낸 바 있다. <노컷뉴스>의 지난 2008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총무비서관 소속 A행정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남겨준 업무참고 자료가 전무해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다보니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인사비서관 소속 C행정관은 “취임식과 함께 청와대 비서동에 도착해 보니 사무실에 남은 자료는 하나도 없고 하다못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정국에서 이슈가 됐던 ‘남북정상회담’ 기록 삭제 논란과 관련,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난해 10월 23일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의 차기 정부 인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문건의 내용과 함께 문건의 목록도 없애버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비난한 바 있다.
신 원내대변인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역사의 기록을 숨기려고 했는지”라며 “역대 왕의 기록물인 ‘사초’는 비록 왕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채널A’의 보도내용과 관련, 김익한 명지대 교수(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팩트가 확인되지 않지만 청와대에서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과정과 결과로 만들어 진 모든 것은 기록에 해당된다”며 “(보도 내용대로) 파기하려 한 USB 안에 공공업무 과정에서 만들어진, 직접 작성한 문서류나 같은 것은 다 기록에 속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보면 대통령 관련 기관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참고하고 복사한 잡지나 논문 같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대통령 기록”이라며 “(만약) 그 범위를 넘어 파기한다면 그것은 불법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와 같이 굉장히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 국정행위들은 일반 부처와 달리 다수의 (보존기간) 10년 미만 기록이 존재할 수 없다”며 “행위 자체의 중대성 때문에 사소한 문서들조차 다 중요한 기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식적 차원의 이야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의) 폐기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정확하게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본다. 절차를 거쳤을 때도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며 “정권 말기에 기록을 대량 파기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채널A’는 “(박근혜 정부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인계가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파기 작업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