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채용정보 사이트 <워크넷>이 시대착오적인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가 여성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워크넷 ‘취업도우미-면접요령’에는 ‘여성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답변’이라며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 ‘결혼 후 남편이 사직을 강요하면 어떻게 하겠냐’ 등의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워크넷은 결혼 질문에 대해 “여성 사원의 결혼에 대한 견해는 기업에 따라서 각양각색이다. 육아 제도 등이 없을 경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고 있는 회사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결혼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코치하고 있다.

이는 육아 제도 등은 법적 강행규정으로, 기업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더러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는 것 또한 명백한 불법임에도 고용노동부가 이를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워크넷은 성희롱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최근 성희롱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 도량을 넓혀서 독자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은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을 모범답변이라고 제시했다.

이 역시 고용노동부가 성희롱 사건이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성희롱 사건으로 회사가 곤란을 당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답변이다.

이에 대해 14일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는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에 “즉각 문제되는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진성성 있는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면접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을 감독하고 규제해야할 고용노동부가 이런 질문에 모범답변이라고 제시한 내용은 성차별을 인정하고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며 “여성구직자에게 예상된 질문 자체가 남성구직자와 동등한 노동자로 전제하지 않고 부차적 업무를 하는 보조노동자나 임신 출산 전까지만 일할 수 있는 임시노동자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실에 만연해 있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는 내팽개치고 성차별을 당연시하고 장려하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 고용률 70%를 원한다면 제발 이런 소용없는 ‘사고’를 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부터 해보길 충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워크넷 ‘면접 요령’의 ‘여성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답변’ 항목은 14일 현재 삭제됐다. 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팀 관계자는 “성차별적인 내용이 있다는 비난을 의식해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이냐”는 ‘go발뉴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