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대형 멀티플렉스의 외면으로 상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옛날 스크린 쿼터 사태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 감독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차별행위 규탄 및 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진실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첫 단추라는 의미를 가진 영화 <다이빙벨>이 부당하게 제대로 상영이 못되고 있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감독은 “말하자면 힘 있는 자가 시장을 장악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힘’은 당국을 의미 한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에서 시장질서의 자율성을 당국이 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다이빙벨>을 볼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줘야한다”며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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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여성영화인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등 13개 영화·시민사회단체가 동참했다.

이들은 <다이빙벨>이 20여개 남짓한 상영관만으로 개봉 18일 만인 지난 9일 3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음에도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상영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이빙벨>의 이상호 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가져온, 다시 한 번 4월 16일 직후로 돌아가서 유가족과 함께 울어주자는 취지의 영화를 틀지 못하고 있다”며 “명백한 문화적 독재다. 국민여론이 두렵고 이성과 합리성의 세상에 머리를 굽힐 줄 안다면 어떻게 단 한 개관도 내주지 않을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함께 울어준다는 영상 메시지를 단 한 관도 열지 못한다는 것은 이 사회가 정상적인 민주사회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문화적인 독재가 이뤄진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멀티플렉스 운영업자들에게 그들이 사회다양성 영화를 틀 자격이 있는지 준엄하게 묻고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 연출을 맡은 안해룡 감독은 공안 당국의 탄압을 받았던 90년대 독립영화 <파업전야>를 언급하며 “<다이빙벨>이 지금 시대의 <파업전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감독은 “보이지도 않는 권력, 자본이 논리도 공개적으로 표하지 않는 가운데 영화 상영을 막고 표현의 자유, 발언의 자유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것들이 일종의 자기규제, 자기검열을 통해 소통을 막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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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단원고 희생자 故 김도언, 정예진 학생의 어머니도 참석해 <다이빙벨>의 상영관 확대를 호소했다.

김도언 양의 어머니는 “<다이빙벨>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라며 “많은 영화관에서 상영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보는가 안 보는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율적인 선택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예진 양의 어머니도 “처음 볼 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 안에 진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늘 수능이다. 아이들이 수능 볼 기회조차 빼앗아간 이유를 알고 싶었다”며 “많은 국민들이 직접 보고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10월 23일 단 20개의 상영관으로 시작한 다이빙벨은 11일까지 3만1천7백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첫주 좌석 점유율 28.54%, 11월 4일 다음 일간 상영 중 영화 검색어 1위 등 높은 호응도를 보이고 있지만 다양성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CGV나 롯데시네마는 단 하나의 상영관도 열지 않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음에도 상영관을 열지 않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이번 주까지도 멀티플렉스들이 개관을 거부한다면 다음 주부터 항의 방문과 공정위 신고 등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