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서울 캠퍼스에서 청소를 하는 윤화자씨는 빗자루 대신 피켓을 들었다. 최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윤씨는 최저임금 4860원(2013년 기준)보다 낮은 금액을 받고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을 한다. 야간근무 수당도 다른 대학들 보다 떨어지는 수준. 결국 윤씨는 피켓을 들고 찬 바람이 부는 캠퍼스에서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윤씨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지난 2012년 6월 홍익대학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부당한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며 총력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윤씨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8~9월 한 달간 전국 160개 대학(국공립 60곳, 사립 100곳)이 체결한 청소용역계약 191건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정한 임금수준(시중노임단가 6945원)을 지키는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곳도 있어 윤씨와 같은 청소 노동자들은 근로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60개 대학의 시중노임단가 준수율은 0%다. 노임단가란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업종별로 발표하는 임금 평균선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1월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제정하고 각 대학에 시중 노임단가를 준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권고지침이라 지키지 않는다 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수단은 없어 이번 조사와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또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를 제출하는 대학은 국·공립대 60곳, 사립대는 33곳에 그쳤다.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조항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한 대학은 국공립 48곳, 사립대 35개에 불과했다.

대학과 용역업체가 체결한 용역계약에서 대학이 부당하게 용역업체의 경영·인사권을 침해하거나 노동3권을 제한한 사례도 발견됐다. 전체 191건의 계약 중 121이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용역업체도 191곳 중 107곳이나 됐다.

고용노동부는 위반 대학에 대해서는 시정 권고를 하고, 앞으로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대학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