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복 대북풍선단장, 국가 상대로 손배소 제기.. 정부 입장 ‘눈길’
민간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한 탈북자 이민복 씨가 경찰 등의 통제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북한이탈주민이 대북전단 살포 제지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6월 5일 경찰 등의 대북풍선 활동 방해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배상금 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이 입수한 소장에서 이씨는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국정원, 군, 경찰 공무원 등으로부터 대북풍선 활동을 방해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한 2008년 이명박 정부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남북관계를 해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가기관들이 풍선을 날리지 말 것을 권고하고 실제 위법하게 행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경찰이 신변보호 명분으로 감시하며 자신의 차량 출입을 막은 일 ▲경찰·군이 전단지 살포 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알려 항의 받고 쫓겨나게 한 일 등에 대해 이를 찍은 영상물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변론을 맡은 가을햇살 법률사무소의 공에스더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 제한 등으로 이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고 앞으로 자유로운 풍선활동을 보장받고자 한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이씨는 <연합>에 “이번 소송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뜻도 있지만 삐라 살포 자유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내 활동을 막는 경찰들도 사실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일 텐데 명확한 판결이 나오면 서로 편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씨는 선교사이자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의 대북풍선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1990년 북한에서 우연히 대북 전단을 접했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해왔다고 <연합>은 전했다.
<연합>은 이씨가 1995년 한국에 들어온 뒤 ‘종교적 신념’에서 이른바 ‘삐라 보내기’에 전념해온 민간 대북전단 살포 일인자로 통한다면서, 지난 10일 이씨가 연천지역에서 대북풍선을 띄우자 북한에서 고사총 사격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씨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 중인 대북전단 관계자들에게 살포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부가 최근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씨가 이같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입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