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민원인 IP주소 무단 수집.. 일부 경찰에 넘겨

민원인 453만여 명 전원 수집·보관.. 강기정 “법적 근거 뚜렷하지 않아”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수년 동안 정부 민원게시판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민원인 IP 주소를 무단으로 수집·보관해 이 중 일부를 경찰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국민권익위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권익위는 국민신문고에 접속한 민원인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인 IP주소를 근거 없이 7년간 수집·보관하고,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총 72건의 IP주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국민신문고는 16개 중앙행정기관과 감사원, 법원행정처, 239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민원, 국민제안, 정책토론 창구를 하나로 통합한 범정부 국민포털로 대통령 소속 기관인 국민권익위가 운영 책임을 맡고 있다.

ⓒ 강기정 의원실 제공
ⓒ 강기정 의원실 제공

강 의원실은 “권익위가 출범 9개월 만인 2008년 11월 국민신문고의 시스템 개편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들의 IP 주소를 자동으로 수집·보관(DB화)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며 “이는 해킹 시도 등에 대비하기 위해 민원인들의 접속 IP 주소를 자동 저장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하는 다른 행정기관의 민원인 정보 처리 방식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익위가 국민신문고 시스템 개편에 착수한 시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와 정부 비판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정보 수집을 강화하던 시점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권익위가 시스템 개편 후 현재까지 근거 없이 보관 된 개인정보(민원인 IP주소)는 453여명에 달한다.

더욱이 권익위는 이렇게 수집한 개인 정보를 지난 2008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명의 도용과 관련한 수사협조 명목으로 매년 6~17건 등의 민원인 정보를 경찰에 제공해왔다.

특히 2009년과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는 각각 한 차례씩 민원인의 IP 정보뿐 아니라 접속일시, 이메일, 거주지 주소까지 경찰에 제공했다. 게다가 수집된 민원인 정보를 권익위 담당자가 열람할 수 있게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열람자의 접속기록(로그기록)도 남지 않도록 해 책임소재 및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 강기정 의원실 제공
ⓒ 강기정 의원실 제공

문제는 권익위의 이런 민원인 IP를 자동 수집한 법적인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권익위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게시된 ‘행정기관 정보시스템 접근권한 관리규정’의 제21조(이용내역 기록), 제22조(이용기록의 보관)를 IP 수집의 법적 배경으로 내세웠지만, 강 의원실은 “이 규정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업무 담당자의 행위를 규정한 것으로, 민원인 IP를 수집·보관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는 강 의원실에 “민원인 IP의 수집·보관과 관련한 법적 근거 조항은 없지만, 홈페이지에서 민원인들에게 IP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사전 고지했기 때문에 무단 수집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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