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자리 경제로 뭉개는 대통령.. 유족은 뛰어넘어야 할 대상?”
25일 세간의 관심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 대통령의 입에 모아졌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대통령이 나서서 세월호 교착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인데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대국민·대야 메시지 전송 창구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자리를 경제로 뭉개는 대통령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어떤 언급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특별법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으며,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세월호 참사의 최종책임자라고 말한 게 불과 석 달 전이건만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오히려 탓을 했다. “민생법안을 처리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국회에 묶여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를 비난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당을 탓한 것이다.
경제와 민생 관련 법안의 신속한 국회 처리를 재차 강조하면서 “의회민주주의는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재정권 퍼스트레이디 출신다운 발언이다.
‘개인과 정당’ 그리고 ‘국민’을 구별해 말한다. 그러면서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을’ 대상으로 규정했다. 개인은 누구고 정당은 어디를 가리키는 말일까. ‘뛰어넘다’라는 동사에 힌트가 있다. 박 대통령이 뛰어넘고 싶은 건 세월호 국면이다. 그렇다면 개인은 세월호 유족을, 정당은 새정치연합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맞을 것이다.
세월호 유족은 ‘뛰어넘어야 할 대상’?
그럼 ‘국민’은 누굴 지칭하는 걸까. 세월호 국면을 ‘뛰어넘어’ 있는 게 ‘국민’이라면 박 대통령이 말한 그 ‘국민’은 세월호 참사 얘기 나오면 넌더리 치는 이들이 되지 않을까. 정부여당과 극우 진영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의 눈에는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만 국민으로 보이는가 보다.
시간이 걸린다 해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더 많다. 이들은 ‘국민’ 축에 들지도 못한다는 말인가. ‘왕을 반대하는 자는 역도일 뿐 백성이 아니다’라고 외친 폭군을 떠올리게 한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과 야당을 ‘뛰어넘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자 그 다음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서 ‘입법촉구 호소문’이라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경제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를 통해 야당을 몰아붙이기 위해서다.
최경환 부총리, 여론 호도하는 담화문 발표
담화문을 관통하는 요지는 ‘대통령과 여당이 모든 국민을 잘 살게 해주려는데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관련 법안 30개가 통과되면 당장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지고 일자리가 대폭 증가할 것처럼 말한다. 최경환 부총리가 늘어놓은 무지갯빛 미사여구다.
| “40만명의 국민들이 맞춤형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산 2300억원 이미 편성된 상태.”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2조원을 풀어 소상공인 300만명 안전망 만들겠다.” “서민 월세 부담 줄어든다.” “부동산 시장 숨통 틔워주게 돼 시장 활성화 될 것.” “청년 일자리 35만개 창출될 것.” “의료 등 서비스산업 체계적 지원으로 일자리 늘어난다.” |
그러면서 관련 법안이 당장 통과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30개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경제는 순항하며 승승장구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 상황이 칠흑 같은 어둠에 빠질 거라는 흑백논리로 포장된 겁박이다.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기로에 있다. 경제의 맥박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게 된다.” “가계와 젊은 새대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으니 더 늦기 전에 경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담화문은 끝을 맺었다.
“시장의 심리는 우리를 하염없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간신히 지켜온 경기회복의 불씨에 다시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해야 한다.”
30개 법안이 만병통치약이자 도깨비방방이?
더 늦으면 경제의 숨통이 끊기겠지만 법안이 통과된다면 경제는 날개를 달 것이라는 게 경제부총리의 주장이다. 30개 법안만 있으면 경제 살릴 수 있다? 신통방통한 얘기다. 그 법안들이 도깨비 방망이라도 된단 말인가.
박 대통령의 발언과 부총리의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유족과 야당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국면을 뛰어넘어 정부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도탄에 빠지고 국민들의 고통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경제를 빙자해 특별법을 멀리 밀쳐놓으려는 수작이다.
세월호 특별법만 쏙 빼면 경제가 불꽃처럼 일어날 듯 말하는 대통령과 부총리. 두 사람의 주장을 풀어쓰자면 ‘세월호 유족들이 경제의 걸림돌’이라는 말이 된다. 유족들을 국가의 걸림돌로 규정한 이가 참사의 최종책임자라니 통탄할 일이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