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광화문 국민휴가’

유가족 “특별법 제정에 끝까지 힘 보태달라” 호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아주 특별한 휴가’를 선사하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끝까지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이 20일째인 2일 오후 7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아주 특별한 휴가 광화문으로 가자’ 라는 주제로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음악회에는 판소리, 평화의나무 합창단과 강허달림, 우리나라 등의 공연과 시낭송 등으로 2,500명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세월호 가족들의 농성을 응원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10반 故 유경주 양의 어머니는 딸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열달을 엄마 뱃속에서 함께 하고 이 세상 밖에 나와 엄마라고 처음 불렀을 때, 세상에 첫 걸음을 떼었을 때, 초·중·고 입학과 졸업. 나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신기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라며 “지금도 같이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이제는 너와 함께했던 걸 기억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고 밝혔다.

ⓒ '최철'
ⓒ '최철'

유양의 어머니는 “오늘이 아주 특별한 휴가가 된 것 같다.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이 휴가를 가셨다고요? 아마 특별법 제정을 위한 많은 고민을 위해 가셨나보다. 기다리겠다”며 시민들에게 저희의 손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수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단식장을 방문해 주어 매일같이 북적인다”며 “비록 우리 한명의 힘은 적을지 몰라도 우리가 함께 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시민들에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노래 공연, 판소리, 시낭송 등 다양한 공연들이 열려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구조를 하라니까 구경을 하고 지휘를 하라니까 지랄을 하고 보도를 하라니까 오보를 하고 조사를 하라니까 조각을 하고 조문을 하라니까 연출을 하고” 라는 서수영 작가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 시민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판소리 심청전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들려준 소리꾼 현미는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을 절에 바쳐 아버지가 눈을 뜬 것이 아니라 죽은 심청이를 다시 만났을 때 눈을 뜨지 않나”라며 “이 안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도 있는 듯 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눈은 뜨고 살지만 눈뜬 봉사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는 “심 봉사가 눈을 번쩍 뜬 것처럼 여기 있는 우리도 뜬 눈을 가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울고난 끝에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최철'
ⓒ '최철'

휴가철을 맞아 광화문 광장을 찾아온 시민들은 이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대전에서 올라온 한 시민은 “재보선이 끝나니 세월호 가족들에게 노숙자라고 막말을 하더라. 야당이나 여당이나 수박 겉핥기 식의 특별법 제정은 유가족들이나 시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제발 진정성 있는 논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 아니겠나”고 ‘go발뉴스’에 한탄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청문회도 물 건너갔다고 하더라. 정쟁이 아니라 앞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유가족들이 농성을 하는 등)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라며 “내 일, 내 자식의 일이라고 생각해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1일부터 9일까지 ‘광화문 국민휴가’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저녁 음악회나 강연회와 같은 ‘광화문 야학’을 진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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