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 넘어 혁신의 바람 될지 지켜보는 게 먼저’
이에 대해 남 지사는 “혁신도지사로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나부터 바꾸겠다. 연비도 좋고 주차하기도 편해 앞으로 출퇴근할 때 모닝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관용차 역시 배기량이 큰 체어맨에서 작은 배기량의 카니발로 바꿔 15일부터 사용하기로 결정했단다. 당장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 지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건 비단 차량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앞서 야당인사를 사회통합부지사에 임명하고, 정책과 인사권한을 보수와 진보세력이 함께 나누는 ‘연정’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자체가 연정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아울러 도지사 공관을 47년 만에 일반에 개방하여 소외계층의 결혼식장과 외빈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용도 등 일반 시민이 쓸 수 있는 다목적 시설로 활용키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바야흐로 경기도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말로 내세운 혁신에 실제 행동이 얼마나 잘 부합하는가가 향후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긴 하다. 사실 남 지사의 경차 출근이 눈에 크게 띨 만큼 주목을 받아야 하거나 거사를 치른 건 아니지만, 고위직에 만연한 특권의식과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권위주의 의식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의미있는 발걸음이라 평가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남 지사의 행동에 약간의 작위적인 모습과 연출이 전혀 없었노라 말할 순 없다.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경차 이용의 이유에 대해 스스로 혁신을 언급해가며 구구절절 얘기하는 모습 속에서 그러한 측면이 조금은 내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 정치인 중 한 명인 그에 대한 관심이란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이를 확산시키려면 이렇듯 자꾸 떠들어댈 필요성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남 지사가 누군가 다른 이들처럼 망언을 퍼부은 것도 아니고, 아울러 사회에 누를 끼칠 만큼 커다란 과오를 저지른 건 더더욱 아닐진대, 온갖 힐난과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얼까? 자신의 진영이 아닐 경우 아무리 잘한 일이라도 까임을 당하거나 욕을 얻어 먹어야 하는 걸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작금의 상황, 분명 맞는 걸까? 하지만 편협함이란 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했는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남 지사가 땅을 산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절약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행동인데 사람들은 왜 잘한 일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에 이토록 인색해야만 할까?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아니고, 아울러 자신의 진영에 속해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엔 남 잘되는 꼴을 못보는 한국적 정서도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다. 잠재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그의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려는 의도도 물론 엿보인다.
둘로 나눠진 양 진영은 너무도 견고하다. 자신의 진영과 반대 진영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가 되었든, 어떤 일을 벌였든 일단 까고 봐야 한다. 어떡하든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된 채 온갖 비아냥과 욕설로 도배를 한다. 이러한 행위엔 이성적인 판단 따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소위 말하는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기한 후 반대 진영 글에 구름떼처럼 우루루 몰려다니며 저속한 댓글로 일순간에 도배를 해버리기 일쑤다. 이러한 행동 뒤엔 진보와 보수라 불리는 양 진영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만, 서로 간 우열을 가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의 행동이 정녕 쇼가 될지 아니면 형식적인 퍼포먼스로 그치게 될지는 조금만 지켜보면 곧 답이 나올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섣불리 예단하는 건 커다란 우를 범하는 일일 테다. 잘하고 있는 일에 대해선 그저 잘한다며 칭찬해 주면 그만이다.
남 지사의 속내는 솔직히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본인만이 알 테다. 다만, 지금 그가 걷고 있는 행보는 딱히 잘못된 점이 없어 보인다. 만일 하는 시늉만 내다가 얼마 못가 흐지부지된다면, 그때 가서 그를 질책해도 충분하다. 우린 그가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면 그만이다. 난 그의 행동이 설령 쇼였다 한들 큰 흠은 아니라 생각한다.
혹시 아는가. 그의 행보가 다른 지사들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자체 전체에,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게 할지, 아울러 별로 기대를 걸고 싶진 않지만, 혹여 남 지사의 행보가 그의 소속 새누리당에도 미약하게나마 변화를 불러오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일단 큰 의미가 있는 셈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에 불어올 혁신의 바람이 경기도로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남경필 지사의 행보를 적극 응원해야 할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