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특정 이념에 치우친 역사서를 장병들에게 보급하고 독후감까지 쓰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경향>에 따르면,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지난 3월 <조선은 왜 망하였나>(송복 지음·일곡문화재단), <송의 눈물>(정순태 지음·조갑제닷컴) 등 '국방부 보급 역사도서' 3종 7250세트를 배부하고 학군, 학사·여군사관, 간부사관 후보생들에게 독후감을 쓰라고 지시했다. 각군 병과학교에서 진행된 고등군사반 등에서도 해당 도서를 배부하고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 ⓒ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는 지난해 7월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이주영 지음·건국이념보급회 출판부) 900여권을 장병들에게 배포한 뒤 독후감 및 동영상 공모전 시상식을 열었다.

해당 도서들을 확인한 결과, 이 도서들은 일본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거나 4.3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등 이념 편향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조선은 왜 망하였나>는 “조선조의 권력은 철저하게 편가르기였다”라며 조선의 문화 수준을 폄훼한 일제 식민사관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펼쳤다. 또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조선은 쇠망의 길로 줄달음쳤다” 등 일본 식민지배가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묘사했다.

<송의 눈물>에는 “좌파 정권 당시 북한 김정일에게 수십억달러 현금을 제공한 이적 행위를 국법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양심’ 운운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기술돼 있다. “한국도 문화권력이 선동적 좌파 지식인들에게 장악되고 있다는 점에서 송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나라”라고 서술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은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고만 규정하고 친일 행위를 두둔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친일파 숙청은 해방 직후부터 좌익들이 끈질기게 요구해오던 문제”라며 친일파 단죄를 좌익만의 주장인 것처럼 쓰기도 했다.

이에 국방부 측은 <경향>에 “장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대비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기에 배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군 당국이 장병들에게 특정이념을 주입시키려 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일부 네티즌들은 “부패한 반역자 친일수구세력들이 아예 노골적으로 대국민 세뇌작전을 실시하고 있군”(ape****), “정말 나라 잘 돌아간다.. 이러니 장교들이 사회나오면 발을 못 붙이지”(godqh********). “시대에 역행하네요”(분노***), “군부도 부패한가? 지금이 어느 때인데 편향된 이념?”(dug****), “청산되지 않은 친일독재 아직도 진행중. 끔찍하다”(앵그**), “아무래도 조만간 제2의 을사조약 맺으려나 보다”(자전**)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