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건, 세월호의 ‘거울’.. “국민개조는 면피용-국정장악 강화용”
세월호 사건, 이보다 더 황당한 참사가 또 있을까. 그러나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자신을 제외한 외부를 질타하고 강하게 비난한다. 사고의 책임자는 곧 대통령이라는 상식적 등식을 부정하는 발언만 계속해 왔다.
사고책임 거리 두는 대통령, 봉건 왕도 이러지 않았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을 살인마에 비유하며 공무원들을 질책했고 ‘책상머리 사과’를 한 국무회의에서는 “잘못된 적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못해 한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잘 할 수 있는데 나 이외의 외부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발언이다.
그러면서 참모들에게 국가 개조를 주문하며 “단단히 마음 잡고 (국가를) 개조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과거부터 이어온 잘못된 행태”와 “비리와 재물을 탐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재난대응 시스템은 행정시스템의 일부다. 재난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수백 명이 죽었는데도 행정부 수반은 이번 참사와 자신을 분리시켜 얘기한다. 자신을 행정부 위에 군림하는 국가원수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많이 잘못됐다. 과거 봉건시대 왕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재난으로 백성들이 고통을 받으면 자신이 부덕한 탓이라며 하늘을 향해 제를 올리지 않았던가.
노무현, 비서관 비리에 “입이 열 개라도.. 국민에게 재신임 묻겠다”
과거 대통령들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자금 사건이 불거졌을 때다. 그 돈이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제 입이 열 개라도 제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민의 불신에 대해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습니다”라며 머리를 숙인 바 있다.
개조의 대상에 자신을 제외시킨 대통령.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도 ‘개조의 대상’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솔선수범 없는 국가 개조가 국민적 공감을 얻을 리 없다. 국민의 지지와 공감 없는 국가개조는 구호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의 결과는 어떨까. 선장과 비리 공무원들을 엄벌하고, 관련 장차관을 해임하고, 청와대 비서관 한 둘 정도를 교체할 게 분명하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재난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겠다며 부산을 떨 것이다.
적폐를 도려내고, 국가를 개조한 결과가 어떨까.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채동욱 사건’을 통해 ‘세월호 사건’을 들여다보면 가능해진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이지만 여기에 ‘박근혜 정부’를 대입시키면 ‘결과적 공통점’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적폐일소-국가개조 어떨까? 채동욱 사건에 답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대응방법은 채동욱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검찰을 움직인 청와대의 그것과 닮은꼴이다. 먼저 ‘채동욱 사건’이 어떻게 처결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7일 검찰은 8개월 간 진행된 ‘채동욱 불법사찰 의혹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결과는 전원 무혐의 처분. 검찰이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민정수석실 김 경정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직후 경찰을 통해 채군의 어머니 임씨에 주민등록정보를 불법 조회했다. 교육문화수석실은 채군의 학교생활 정보를, 고용복지수석실은 임씨의 건강보험 정보를 취득했다. 청와대가 총동원돼 채 전 총장의 뒤를 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정보 수집이 아니라 ‘특별감찰 활동의 일환’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인용한 ‘받아쓰기 수사’다. “채 전 총장을 뒷조사 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 내밀었다가 일부 언론에 의해 불법사찰 사실이 발각되자 “임씨 관련 변호사법 위반 첩보가 있어 벌인 감찰활동”이라며 말을 바꿨던 청와대다. 검찰의 역할은 앵무새였다.
검찰, ‘청와대는 아무런 책임 없고 채동욱 낙마는 도덕성 흠결 때문’
수사가 아니다. 민정수석실 김 경정과 고용복지비서관실, 교육문화비서관실 관계자를 한두 차례 서면조하하고 곽상도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집으로 찾아가 구두진술을 들은 게 전부다. 강제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윗선’ 조사는 엄두도 못낸 채 덮었다.
또 이미 불구속 기소된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과 서초구청 조이제 전 국장, 국정원 송모 정보관 등이 자행한 불법정보 열람은 청와대와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청와대 비서실과 동시에 벌인 동일 목적의 불법행위다. 무관하다는 거짓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혼외자식 논란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의 개인사정을 캐내 망신을 주기위한 공작에 검찰 조직이 동원됐다. ‘채동욱 찍어내기’에 완전히 성공한 셈이다. ‘안전장치’를 설치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임씨를 불구속기소하고 채 전 총장의 친구 이모씨를 구속수감했다. 채 전 총장이 움직일 수 없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조치다.
검찰이 내놓은 ‘채동욱 수사’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청와대는 책임질 일이 전혀 없으며, 채 전 총장의 낙마는 부정선거 의혹을 덮기 위한 정치적 찍어내기가 아니라 혼외자식과 관련된 도덕성 흠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세월호 같은 도식 적용될 것, 국민개조는 면피용-국정장악 강화용
혐의는 죄다 벗으면서 ‘채동욱 찍어내기’와 ‘부정선거 의혹 덮기’에 쾌거를 올린 청와대. 이런 도식이 세월호 참사 수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게 뻔하다.
대통령이 질 책임은 없다. 하지만 역할은 있는데 그것은 적폐를 도려내고 국가를 개조하는 일이다. 이렇게 몰아갈 것이다. 검찰 수사 또한 청와대와 터럭만한 연관도 만들지 않은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다.
대신 부패 일소, 국가 개조, 비리 엄단 등을 내세워 폭압정치와 공안통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월호 참사로 약화된 국정장악력을 만회하기 위한 방책으로 활용할 것이다. 물리적 장악력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대통령 책임론을 제거하는 선에서 세월호 사건을 매듭지으려 들지 않겠나.
‘국가개조’가 책임 면피용과 물리적 국정장악 강화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래서 채동욱 사건을 세월호 사건의 거울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바로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