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언론 길들이기’ 재연? <전자신문>에 소송

갤럭시S5 관련 보도 사실과 달라.. 전자신문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보도”

삼성전자가 갤럭시S5의 부품 조달 문제를 제기한 <전자신문>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해당신문사에 대해 광고 집행까지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의 이른바 ‘언론 길들이기’가 재연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단은 <전자신문>이 지난 3월 17일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 제목의 기사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4일 삼성 블로그 ‘삼성투모로우’에 “갤럭시S5 카메라 모듈의 렌즈 수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해 주요 협력사들의 생산 일정이 지연되면서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는 것인데 우리는 이와 관련한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기사에 반영해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자신문>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3월 17일자 보도가 나간 이후 다시 한 번 내용을 확인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전자신문은 3월 25일자로 비슷한 내용의 2차 보도를 내보냈다”며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모듈에 문제가 있다는 전자신문의 두 차례 보도는 출시도 안 된 갤럭시S5의 제품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간곡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기사화하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라며 “특히 두 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 전자신문 홈페이지 캡쳐
ⓒ 전자신문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전자신문>은 “해당 기사는 오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자신문>은 7일 “보도경위-소송전을 불사하면서 지키려는 가치는 ‘전자신문의 신뢰’입니다”라는 반박 기사에서 “전자신문은 삼성전자의 주장을 수용할 의도나 계획이 전혀 없음을 천명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소송에 응할 것을 밝혔다.

신문은 이어 “기사 내용 중 틀리거나 과장된 팩트는 전혀 없으며, 해당 기사는 철저히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보도임을 밝힌다”며 “오히려 갤럭시S5 생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가감 없이 지적한 전자신문에 민사소송을 핑계로 ‘재갈 물리기’를 서슴지 않는 삼성전자에 32년 전자신문 역사를 걸고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정정보도 요청을 외면했다는 삼성전자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취재 사실을 확인한 시점부터 소송 등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압박을 수차례 언급했다”며 “삼성전자측은 ‘사실무근이며 정보를 흘린 곳을 반드시 찾아 응징하겠다’는 코멘트를 기사 말미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기사 품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당초 홍보팀의 1차 코멘트를 실었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지면 1면 중앙에 3단 크기의 정정보도문을 요청해왔다”며 “하지만 정정보도를 받아들이더라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및 15조에 의거해 해당 면 같은 크기로 반영하는 관례를 깬 굴욕적인 요구였다”며 수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신문은 과거 진시황이 자신에게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유학자와 서책을 땅속에 파묻은 ‘분서갱유’를 언급하며, “최근 삼성전자가 전자신문 등 여러 언론에 보여주는 행동은 일류를 목표로 하는 회사가 할 만한 일이 아니다.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억대 소송을 거는 행위는 충분히 '언론 길들이기'로 비춰질 만하다”며 “산업계와 법정다툼까지 원치는 않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이런 삼성전자와 <전자신문> 간의 충돌은 언론계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이 삼성전자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dogsul) “이 싸움 볼만하네요. 진시황의 분서갱유, 그리고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언론통제”라는 글을 올렸다. 고 기자는 이어 9일에도 “삼성교 교황과 IT매체의 왕과의 자존심 싸움. 결과는 카노사의 굴욕?”이라며 삼성의 승리를 전망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9일 사설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현재까지 보여준 삼성의 행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한마디로 말하자면 ‘돈’의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저열한 행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지배력을 가진 집단이나 인물은 그 수단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그 권력과 지배력의 무게만큼이나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최대 경제 권력인 삼성전자는 그 위상과 무게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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