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의료계 유리한 건정심 구성 합의.. 당사자들 “사실무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저지 등을 내걸고 집단휴진에 나서기 전 이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성을 의협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부와 이면합의 돼 있었던 것이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17일 작성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록에서 1차 협상단의 의협 측 간사를 맡았던 이용진 부회장이 “건정심 공익위원 구성을 5 대 5로 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합의를 했지만 협상 결과를 공개하지 못함을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료와 의료행위 가격(수가) 등을 결정하는 건정심의 구성을 의협에 유리하도록 만드는 데 정부로부터 약속을 받았다는 뜻이다.
회의록이 작성된 다음날인 2월18일 발표된 의·정 간 1차 협상 결과에는 ‘건정심 공익위원 의·정 간 동수(5 대 5) 추천’이 명시되지 않은 채 공개됐다.
의협은 이후 회원 총투표를 통해 ‘(원격진료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를 국회에서 논의키로’ 한 협의 결과 등에 반대하면서 3월10일 1차 집단휴진을 감행했고, ‘국민 건강권 보호’를 내건 의협에 보건의료노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의료계열 시민단체들은 지지 성명을 냈다.
하지만 ‘하루 집단휴진’ 이후 진행된 의·정 간 2차 협상 결과에서 의협은 건정심의 동수 구성을 합의서에 명시했고 연내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기로 구체화했다.
반면 의협이 강하게 반발하던 원격진료는 정부가 입법 추진 절차를 밟되 의협과 함께 6개월 시범사업을 진행해 입법에 반영키로 했다. 영리자회사 역시 “우려되는 문제점”을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어 정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수준에서 절충했다.
그 동안 건정심 구조 개편이 의협의 ‘숙원사업’으로까지 지칭돼 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의협이 건정심 구성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부와 합의해 놓고 명분 쌓기용으로 집단 휴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보험료와 수가를 결정하는 구조는 김대중 정부 당시 건정심의 8:8:8 구조, 즉 근로자·사용자를 의미하는 가입자 8인·의료계 공급자 8인·공익대표 8인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특히 이중 공익대표 8인은 시민사회에서 ‘가입자 대표 쪽에 이미 경총 등 사용자들이 포함돼 있으니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서 포함된 몫이다.
건정심의 공익대표 8인은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명씩을 채웠고 나머지 4인은 학계에서 맡아왔다.
여기에 의협은 공익대표의 나머지 4인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사실상 건정심 의결에서 정부 입김이 너무 강하다고 불만을 가져왔고, 그 연장선에서 공익대표를 의협과 정부가 동수로 추천해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에 이를 관철시켜 ‘8:8:8’구조에서 의료계(공급자)의 몫은 12로 늘어나 ‘5:5’ 구조가 된 셈이다.
정부와 의협 간 이면합의가 알려지면서 향후 의료영리화와 원격진료 철회 목소리를 거둬들인 의협에 대한 역풍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도 건정심 논의 없이 의협의 입장을 받아들여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한편 1차 협상 당시 정부 측 간사를 맡은 복지부 성창현 일차의료개선팀장은 “협상 과정을 모두 알고 있으며 (구두 이면합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