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규정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등에 따르면 11일 헌재는 지난 2011년 현역병 입영대상 처분을 받은 이 모 씨가 병역법 3조 1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현행 병역법 제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정해 남성의 병역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헌재는 “징병제가 있는 70여개 국가 가운에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곳은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고, 남성 중심으로 짜인 현재의 군 조직에서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면 상명하복과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 범죄나 기강해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남성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것이 평등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도 같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한 바 있으며, 2010년에는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2명이었고, 2011년에는 1명이었지만 이번에는 위헌 의견이 없었다.

헌법소원을 낸 이 씨는 남성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차별조치로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취업 준비를 못 해 입는 불이익이 크며, 여성의 신체 능력도 군 복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며 2011년 헌법소원을 냈다.

▲ ⓒ 헌법재판소

헌재의 이런 판단에 네티즌들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 군대에 있는 여자들은 뭔가?”(war****), “여성의 신체능력이 남성과 달라서 군대 못 간다는데, 사관학교에는 왜 남자만큼 보내주는지. 결국 좋은 건 반반씩, 나쁜 건 남자만?”(kyt****), “남자는 의무는 더 많은데 권리는 더 많지 않고 여자와 동일하다 억울하면 여자로 태어나라는 논리”(blu****)라는 반응을 보였다. 남성보다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가진 여성도 생리적 특성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헌재의 논리를 반박하는 것이다.

반면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같은 조건은 같게, 다른 조건은 다르게 대하는 게 평등이다! 대신 여자는 공익근무같은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울 수 있겠지만”(bai****), “군대 가서 고생하는 거 다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있다. 근데 군대에서의 월급을 더 올려달라거나 제대 후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려달라고 하는 게 맞는 거지. 밑도 끝도 없이 여자들도 군대가라며 욕하는 건 본인들 수준을 떨어트리는 행동이다”(anj****), “솔직히 힘센 여자, 약한 남자도 있다. 그러나 여자는 생리, 임신, 출산 남자랑 다르잖아?”(iot****)라며 헌재의 논리를 옹호했다.

그 중 한 네티즌은(no_****) “우리가 격분해야 할 것은 여자의 병역의 의무가 아니라. 가장 청렴해야할 군의 부패에 분노해야 한다”고 군 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한 달 10만원 받는 걸 국가예산 문제라고 백번 이해하고 넘어가도, 저 위에 있는 사람들 허구한 날 골프 치는 것. 50년 된 수통 쓰면서 몸이 썩어가고, 방수·방풍조차 안 되는 군복 입으면서 벌벌 떨면서 참아야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가 사회에 나왔으면 바꿔야할 군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의 군 복무에 관한 문제는 국방세를 내거나 하는 방법이 있다. 여성들이 군대 가는 거 보단 이게 더 효율적이다. 제발 남녀 가르지 말자”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헌재의 이런 결정과 함께 최근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씨가 독재 옹호 발언과 함께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여성은 제한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함 씨는 최근 <월간 조선> 3월호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다”며 “나이가 안 찬 게 아니라 제가 못 하게 했다.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