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민주동문회 “전통 왜곡.. 선정 취소 철회하라”
연세대가 초대 총장인 용재 백낙준의 친일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66)를 올해 용재석좌교수로 선정을 하루 앞두고 돌연 취소한 데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안타깝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8일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경향신문>에 “용재상은 순수 학술정신을 고수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당황스럽다”며 “학교 측이 보류라고 하니까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도 “명문 사학에서 순수한 학문적 업적에 대한 시상을 그런 이유로 취소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7일 시상식에 초청받았던 동료 학자들도 당황스러움을 내비쳤다.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지난달 중순 연대에서 시상식에 꼭 와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사흘 전에 나오지 말라고 해서 의아했다”고 <경향>에 말했다.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도 “서 교수 때문에 시상식에 가려고 했는데 선정이 취소된 것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연세대가 시상 취소 사유로 든 서 교수의 ‘친일 비판’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 역사연구단체 관계자는 “서 교수는 친일파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며 “서 교수가 대중 강연이나 토론에서 친일파를 비판한 것은 역사적 당위성이란 측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2004년 심산상 기념 학술대회의 ‘친일파 청산의 현재적 의미’라는 발제에서 “1960년 자유당의 정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지도위원에는 김활란·모윤숙·백낙준 등 적지 않은 저명한 지식인, 문화인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 친일 행위를 한 많은 지식인, 문화인이 박정희 정권의 극우반공통치에 협력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석흥 국민대 교수(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는 “근현대사를 공부한 사람 중 친일 문제를 안 다룬 사람이 없고, 그동안 용재상을 받은 분들 가운데도 친일 문제를 언급한 분들이 많다”며 “연세대가 스스로 용재상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성향이 아닌 학문적 업적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학교에서 이렇게 결정하면 용재상은 친일파를 옹호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상이 된다”며 “모든 학문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인데 지금 처사는 학문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경향>에 말했다.
연세대는 서중석 교수의 용재상 용재석좌교수 부문 수상이 취소가 아닌 보류라고 해명했다.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교원인사위원회 신현윤 위원장(교학부총장)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 재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재석좌교수 선정은 국학연구원에서 학술적 업적을 평가해 추천한 것을 대학본부 측이 뒤집었다.
서 교수의 친일 발언과 관련, 교내에서 '용재 선생을 비판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수상 자격 논란이 일자 연세대는 지난 3일 원래 용재상 선정 절차에 없는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어 수상 보류를 결정했다.
그 후 지난 4일과 5일 선정을 번복하는 내용을 서 교수와 역사문제연구소에 각각 통보했다.
한편, 연세민주동문회는 성명을 통해 “서중석 교수의 용재상 수상자 선정 취소를 철회하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원상복구 시키라”고 촉구했다.
동문회는 “친일행적 비판을 이유로 ‘상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인사들이야 말로 ‘백 총장 공적이 친일행적 논란만으로도 가려질 만큼 초라한 것’이라고 세상을 향해 떠들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연세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일부 인사들이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욕보이려는 처사로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