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다큐 <탐욕의 제국> 눈물의 시사회

피해자 유가족 “삼성, 더 이상 또 하나의 가족 아냐”

“그냥 백분의 일, 천분의 일만 우리 같은 애들한테 조금씩만 나눠서 의료비 지원하면 저처럼 심해질 거 그전에 발견할 수 있잖아요. 그게 너무 아까워요. 제가 삼성에서 일한 시간이 너무 아까울 뿐이에요.”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 첫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주인공 한혜경 씨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한 씨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꿈의 직장’ 삼성 입사 후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수술을 진행하였으나 시력, 언어, 보행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한 씨는 진작 이런 피해에 대해 알리고 조심했더라면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이 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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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탐욕의 제국’ 언론 시사회 및 간담회가 26일 광화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본래 지난주 왕십리 멀티플렉스에서 진행되기로 예정돼 있던 이번 시사회는 멀티플렉스 측의 불허로 일정이 변경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홍리경 감독을 비롯해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故 이윤정 씨 남편 정희수 씨, 삼성반도체 피해자 한혜경 씨와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가 참석했다.

‘탐욕의 제국’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에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백혈병, 뇌종양 등 희귀 질병을 얻어 죽음과 마주해야 했던 수많은 피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오히려 담담하게 피해자와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故 이윤정 씨의 삼성 앞 눈물의 노제(路祭) 장면을 아무런 음향 없이 처리해 더 깊은 슬픔을 자아냈다.

故 이윤정 씨는 97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 후 2010년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2012년에 세상을 떠났다.

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홍리경 감독은 “영화가 삼성과 엮여서 이슈화되고 있는데, 몰랐던 반도체 여성의 삶을 알게 해주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며 “또 우리가 몰랐던 노동자들의 꿈을 기억하고 그들의 싸움을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故 이윤정 씨의 남편 정희수 씨는 이윤정 씨가 생전 간직했던 수건을 꺼내 보이며 “99년도에 집사람이 삼성에서 받은 수건”이라고 설명했다.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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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이어 “집사람은 삼성을 다녔다는 게 자랑이라 수건을 늘 간직했다. 그렇지만 삼성은 지금에 와선 가족이 아니다. 그래서 더 분노하고 삼성을 용서할 수가 없다”며 “오늘 영화도 집사람이 못 보고 갔다. 보여주고 싶었는데 못 보여준 게 참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늘 밝은 모습만 보였다던 정 씨의 눈물에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눈물을 흘리면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도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 서러워 눈물이 난다”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이 암과 직업병으로 죽어가는 데도 사측과 공단에서는 끝까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너무 미워졌다”고 비난했다.

황씨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삼성을 질타해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노동권이 강회된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탐욕의 제국’은 故 황유미 씨 기일인 3월 6일에 개봉 예정으로, 개봉관은 현재 전국 약 15개 정도로 알려졌다. 배급사 ‘시네마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체 상영이 진행 중이다.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취재진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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