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전신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독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확보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교과부가 지원한 이 연구는 국제적인 과학저널에 실렸고, 교과부가 보도자료까지 작성했지만 발표를 하지 않았다. 산모와 영·유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살균제의 독성이 드러나면 “같은 정부기관(보건복지부)이 곤란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한 관계자는 “국내 한 대학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독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냈고 교과부가 언론 보도자료까지 작성했지만 발표하지 않았다”며 “가습기 살균제 건이 소송 중이어서 연구결과가 나오면 근거자료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경향>에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폴리 헥사 메틸렌 구아디닌(PHMG)’과 ‘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디닌(PGH)’의 독성을 실험한 이 연구는 영남대 에 재직 중인 한 교수의 연구팀이 2012년 초부터 수행했으며, 그해 12월 국제저널 ‘심혈관 독성학’(Cardiovascular Toxicology)에 게재됐다.

살균제 성분인 PHMG를 혈청 단백질, 사람 피부 세포와 혈관 세포에 주입하자 세포 사멸, 피부 노화, 동맥경화가 발생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이라고 <경향>은 전했다. 특히 실험용 물고기 ‘제브라피시’의 배아와 성체에 주입하자 배아 발달속도가 떨어지고 성체가 죽기도 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이 연구는 교과부가 지급한 중견 연구자 지원사업 및 일반 연구자 지원사업 기초 연구비로 수행됐으며, 해당 연구를 맡은 교수는 그해 12월 보도자료를 작성해 교과부에 전달했다. 보통 정부 지원을 받은 연구는 정부를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된다.

그러나 이 교수는 며칠 뒤 교과부 산하 단체인 한국연구재단 직원으로부터 보도자료 배포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교수는 “재단 직원이 ‘정부 고위 관계자가 복지부가 곤란하지 않겠느냐, 같은 정부기관끼리 곤란하게 해선 안되지 않느냐,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안 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실험실 수준의 연구로, 이를 실생활에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 신뢰도가 있는지 복지부가 우려했고, 교수와 협의해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은 교과부가 지원해 보도자료를 내는 기초연구 성과들은 대부분 실험실 수준에서 실시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교과부가 보도자료를 내지 않자 2013년 1월6일 영남대 홍보팀을 통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yuns****)은 “저런 것도 정부라고.. 복지부 곤란한 것만 보이디? 죽은 가족들 슬픔은 안보이고? 나라에 답답이들 엄청 많다!”고 일갈했고, 또 다른 네티즌(soos****)은 “미국이었으면 교과부 담당 직원들 모조리 파면에 살인기업이랑 정부는 징벌적 배상금으로만 최소 수조억씩은 물었을 걸.. 국민이 죽어가도 쌩까는 정부.. 참 대단하다 대단해”라고 분노했다.

이 밖에도 “살인자 보건복지부. 국민을 독살하다”(xxx7****), “국민의 목숨과 안전보다 기업의 이익보장을 위해 일해 온 정부기관!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삼성·현대공화국이라는 말 왜 나왔는지 이해합니다”(yang****), “정부기관이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 국민이 곤경에 처했군.. 목숨을 담보로”(cost****), “이것들이.. 너희들은 어느 나라 정부냐. 국민들을 버리는 정부가 있냐”(vern****) 등의 비난 섞인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