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임금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한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김소영 대법관)는 자동차 부품회사 갑을오토텍에서 퇴사한 김모(48)씨와 강모(43)씨 등 296명이 각각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과 임금 청구소송 등 2건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이들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태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또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사실상 노동계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복리후생비의 경우 근로대가성이나 고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 비례해 복리후생비를 지급하는 경우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혀, 또 한 차례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같은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계와 재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노동부는 20여년 걸친 사법부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행정지침을 변경하지 않아 노사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쟁송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게 했다”며 “모든 혼란의 진원지였던 잘못된 행정지침을 즉각 폐기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도 비슷한 환경의 입장을 내놨다.

반면, 재계는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으로 인해 기업 전체적으로 38조 이상을 일시에 부담하고 매년 8조 8천억을 지속적으로 부담할 것”이라며 “비용 부담으로 기업의 고용창출력이 저하되어 일자리가 감소하고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도 마찬가지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판결 이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기관 장관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정부는 이른 시일 내 관계기관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입법 방안을 마련하고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정 대화, 협의를 거쳐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