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대립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통상임금과 관련한 집단소송을 검토 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4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없어서 이 (통상임금)문제에 대한 (소송) 필요성이 있는데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민주노총이)그런 분들을 대리해서 (소송 제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자세히 준비된 사안은 아니”라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금아 리무진 노동자들이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난해 3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결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그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온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과 큰 온도차를 보이는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잇따랐다. 한국GM과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현재 60여개 노조가 제기한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이며 금속노조에 따르면 한국GM노조는 1, 2심에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訪美) 기간 중이던 지난 8일 미 상공회의소 주최 CEO라운드 테이블에서 댄 애커슨 GM회장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하자 “최대한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져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금속노조, 공공노조 관계자, 통상임금 소송 당사자 등이 참석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야당의 목소리도 계속 이어졌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자본 철수 협박으로 한 국가의 노동기본권을 쥐락펴락하려는 애커슨 사장의 오만불손한 태도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건 외국 경영인의 민원에 넙죽 엎드려 국민의 권리를 팔아먹은 박 대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에겐 80억 달러 투자가 헌법정신이나 사법부 존중보다 소중한 가치인가 보다”며 “이러다가 노동자부터 시작해 온 국민을 ‘코리아 세일즈’의 이름으로 팔아넘기게 생겼다. 출장 다녀온다더니 집문서 담보 잡혀 빚만 잔뜩 지고 온 꼴이다. 공들게 쌓은 집 홀랑 넘어가기 전에 박근혜 정부는 통상임금에 손대겠다는 모든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현안브리핑에서 “자칫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삼권분립을 무시한 사법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지금의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기업들 눈치 보기에 급급해 통상임금과 관련 대법원의 판례를 반영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통상임금 문제는 기업이 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편법으로 악용하면서 생긴 문제”라며 “따라서 이 문제가 본격 제기된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 반영해 통상임금 문제의 합리적 해결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