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가 판단할 문제” 뒤늦게 “침략 맞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일제의 침략을 ‘진출’로 기술한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역사학자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해 논란이 일었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정 총리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 같이 답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대한민국 총리가 맞느냐”는 비판을 샀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 총리의 답변을 문제삼아 집단 퇴장하는 등 대정부 질문이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날 정 총리는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총리의 견해를 묻자 “역사학자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시종일관 답변을 회피했다.
도 의원이 이어 교학사 교과서가 일본의 ‘침략’을 ‘진출’로, ‘수탈’을 ‘수출’로 기술하는 등 식민지 근대화론에 근거해 서술한 점을 거론하며 정 총리의 의견을 물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대한민국 총리가 아니다”, “친일 총리 물러나라”고 거세게 항의했지만 정 총리는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정 총리는 “역사교과서 8종 모두에 조금 씩 다 오류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장관의 해임 요구에 대해선 “해임시켜야 할 사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정 총리가 태도를 바꾸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정회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야당 의원들은 도 의원의 질의가 끝날 무렵 전원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후 대정부 질문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킨 채 ‘반쪽짜리’로 진행됐고, 곧이어 정회됐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역시 민주당 의원들의 강한 항의에 “정 총리가 답변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속개된 본회의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은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답변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고, 정 총리 역시 “오전에 충실한 답변을 못 드린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정 총리는 오후 회의가 속개된 이후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일본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것이냐 ‘침략’한 것이냐”, “독립군을 ‘소탕’한 것이냐 ‘학살’한 것이냐”를 묻자 “침략이고, 학살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최 의원은 “이것은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 진보의 문제도 아니”라며 “대한민국 총리가 맞다면 민족 정체성과 친일 문제에 대해선 확실한 입장을 가져도 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