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74)과 정홍원 국무총리(69),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61)가 ‘초원복집’ 사건으로 얽힌 인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2월11일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부산 초원복국집에서 지역 기관장과 함께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지원을 논의한 일이다.

당시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 측에서 초원복국집을 도청하며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는 지역감정 선동 발언을 언론에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직후인 1992년 12월29일 김기춘 전 장관을 대통령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하고 부산의 기관장들을 무혐의 처리했다. 도청 실무자 3명에 대해서는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고 이들에게 도피자금을 준 정몽준 의원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1994년 12월 도청 실무자 3명을 주거침입죄로, 정 의원은 범인 도피 혐의로 모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당시 구형을 내린 검사는 서울지검 특수1부에 재직 중이던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당시 특수1부장을 맡고 있었다.

▲ '한국일보' 온라인판 캡처 화면

정 총리는 김 실장의 경남중 후배로, 김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홍원 국무총리를 추천한 데 이어 이번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 발탁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의원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후 항소를 포기했고, 도청 실무자들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최종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감형됐다.

서울지검 공안1부는 초원복집 참석자 중 김기춘 전 장관만 유일하게 기소한 후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초원복집 사건에 적용된 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선거운동이 위법하다는 대통령선거법 제36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며 공소가 취소됐다.

한편, 주목을 끄는 세 사람의 특별한 인연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입을 빌어 “김진태 내정자를 잘 알지 못 한다”며 지역 편향 인사가 의도적으로 된 것이 아님을 반박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제 제가 다른 일로 우리 김기춘 비서실장님을 뵀다”며 “(김진태 내정자는) 아주 낮은 초임 검사 비슷한 분이셨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김진태라는 분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씀 하시더라”고 말했다.

또한 김 실장은 “억울하다. 전혀 그렇게 라인이라든지 할 만큼 그런 일을 같이 했다든지 그런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홍 총장은 밝혔다.

또한 홍 총장의 말에 따르면, 김 실장은 5대 권력기관장에 호남출신이 전무한 것과 관련, “정말 좋은 사람을 고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며 “지역 안배, 지역 화합이라는 것을 대통령이 왜 관심 없었겠나. 두고 보자. 탕평책이라는 게 8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 지금 모든 게 다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