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국민협박문”.. 고상만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정치개입 사건과 관련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정보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정 총리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경제와 현안에 대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국가정보원 댓글과 NLL관련 의혹 등으로 혼란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행정부를 통괄하는 총리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대통령께서는 처음부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검찰 수사와 함께 국정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아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하겠다는 점도 밝히신 바 있다”며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믿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호소드린다”고 담화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정 총리의 이같은 담화문 발표에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국민들을 우롱하고 유신부활을 예고하는 신호를 굳이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확인해 줄 필요는 없다”며 “지난 8개월간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민주주의, 최소한의 공약이행마저 다 짓누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해답을 내어놓는 것이 행정부 수장의 하실 일이다”고 일갈했다.
이 대변인은 “이제 더 이상 현재의 검찰로는 공정수사가 이루어지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정의당은 특검도입을 포함하여 국정원 수사에 대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 들어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트위터 등 SNS상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대국민담화문이 아니라 대국민협박문”이라면서 “국정원 불법선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요구가 경제에 악영향!!! 유신독재향수가 그리운 거다”라고 일갈했다.
같은당 원혜영 의원도 “대통령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외압과 압력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담화요지는 ‘국정원 사건에 관한 법원 판단 나올 때까지는 아무런 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채동욱 ‘혼외자식’ 문제는 법원판결 나와서 사표수리했나?, 이석기의 ‘내란음모’ 사건은 법원판결 나와서 자격심사 운운했나?”라고 맹비난했다.
또 고상만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도 트위터에 “정홍원의 오늘 성명 발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한심한 거짓 구태이며 치졸한 정치적 사기 언행이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는 정 총리의 발언은 “더 가관”이라며 “정홍원은 아예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꼬집었다.
이상호 전 MBC 기자는 “‘국정원 선거개입이 심각하다’며 검찰이 기소한 사안인데, 그걸 싹 무시하고 법원이 판결할 때까지 줄창 기다리겠단다. 자기 내각 검찰을 불신하는 총리의 셀프디스를 보는 국민들 참담하다. 시간 끌어 선거쿠데타 덮겠다는 꼼수임을 누가 모를까”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정치 무시’와 ‘정치 불개입’의 차이를 모를까요? 노골적인 ‘박비어천가’ 부르라고 국무총리 동의해 준거 아닌데”(seo****), “박근혜는 시구하고, 국무총리는 국정원 수사 ‘믿고 기다려달라’ 발표하고. 그들은 여전히 부정선거 중이구나”(__ho***), “국정원조사에 소신 있는 사람을 내치고 대통령입맛에 맞는 사람이 조사한 결과를 믿으라구요?”(hee*****),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장 밝혀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하락 막기 위한 꼼수발언 아닌가?”(clickhssong)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