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도현 시인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들의 전원일치 ‘무죄’ 평결과 상반되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안 시인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를, 후보자 비방 혐의는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비방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은택 재판장)는 7일 오전 열린 안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선고공판에서 “허위사실공표는 무죄이나 후보자 비방은 유죄로 인정된다”면서 “배심원단의 전원일치 무죄판결을 고려해 벌금은 선고유예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 직후 안 시인은 “국민참여재판에서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해 굉장히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나는) 재판관이 쳐 놓은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기소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 차원이었으며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이제 국민이 믿게 될 것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선고가 내려진 뒤 안 시인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시인의 변호를 맡은 이광철 변호사는 “오늘 재판장이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결국은 평결을 배척하겠다는 것”이라며 “즉각 항소해서 잘못된 부분이 시정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 (@ppp***)트위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평결과 배치되는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해 트위터 등 SNS상에서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파워트위터리언 레인메이커는 “소신 없는 상당히 교묘한 판결이군요. 권력을 거스르지도 욕도 안 먹어보려는”이라고 꼬집었고,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국민보다 대통령이 위에 있는 세상... 박대통령 시대는 우야튼 국민으로 살기 참 힘들다”고 개탄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국민참여재판 변호를 맡은 이재정 변호사는 “안도현 시인 유죄판결 전주지법 은택판사(1962년생, 사시36회, 서울대) 나꼼수 재판과 같은 결과면 불신 생길까봐 라고? 오만하고 경솔한 당신 때문에 변호사인 나조차 법원을 불신하는 지경. 스스로 사법권 독립 무시한, 징계절차 회부 돼야할 자가 판결 선고 하는 형국이라니”라고 맹비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은택 부장판사, 과연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가? 배심원의 평결은 양심적인 판단이 아니란 말인가? 배심원들을 들러리로 취급한 것 아닌가?”라며 질타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 ‘so*****’는 “내가 싫은 소리도 들어주는 게 민주주의. 최소한의 근거를 가진 후보자 의혹 제기가 공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버리면 온라인에서 공인들 비판하는 모든 이들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의미. 그 결과는 ‘이의 없는’ 사회가 될 것이고”라며 비판과 동시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네티즌 ‘mind*****’는 “이번 안도현 시인에 대한 유죄 판결은 한 마디로 박근혜에 대해선 사실을 말해도 무조건 유죄, 문재인 안철수에 대해선 없는 사실도 만들어서 욕하면 무죄라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시켜 준 것이다. 나치 지배의 시대 정말 끔찍하다!”라는 의견을 게시했다.

이밖에도 SNS상에는 “아 이럴 거면 자기들 마음대로 판결하지...국민 참여재판 취지가 무색하구먼!!”(Kim*******), “선고를 연기할 때부터 예정된 수순! 전주지법 제2형사부(은택 재판장)의 엉터리 판결 규탄한다!”‏(seo****), “무죄에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죄 판결은 정권의 눈치 보기 하는 전형적인 해바라기 판결이다”(son*****)라는 등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한편, 민주당도 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권력을 의식한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무작위로 추출된 배심원들이 안 시인에 대해 무죄를 평결한 것을 재판부가 수용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에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고, 민주주의 제도를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부대변인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평결과 양형의견은 국민의 양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사법제도 발전을 크게 후퇴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항소심 재판에선 ‘권력’을 의식한 정치적 판결이 되지 않고, ‘국민’의 상식과 양심에 의거하는 진정한 법리적 판결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판단과 재판부 견해가 다르다”며 7일로 선고를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