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학자 성명발표.. 준비과정서 정부 외압도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 개입으로 인한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와 박근혜 정권의 공안 정국을 우려하는 해외 한국학자들이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배재정동빌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누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 것”이라 규정하고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한국이 과거 독재 시절로 회귀하는 일이 없도록 위험에 처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한국인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는 지난 9월부터 미국,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8명의 학자들이 함께 작성했으며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한국학 학자 206명이 지지서명을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의 박노자 교수는 “국정원과 군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은 (해외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저희들한테 가장 큰 충격”이었다며 “보안기관과 군대가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인 사실을 보면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뤄진 후에도 드러나지 않고 존속해 오던 ‘안보병영국가’가 여전히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더 큰 충격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라며 “국정원이 자기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이석기 사태’를 일으켜 민주주의의 철칙인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희생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교수는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고 가르쳐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만일 한국이 민주주의를 거의 폐기하다시피하고 독재의 길로 간다면 한국에서 지원을 받는 사실이 우리에게 커다란 도덕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가 남의 일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의 송지영 교수는 “그 동안 한국인 교수로서 한국이 군사 독재를 종식시키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점을 경제발전 못지않은 자랑스러운 사실이라고 가르쳤다”며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알고 더 이상 학교에서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가르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지지서명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구세웅 미국 예일대 교수는 “비판 성명서에 서명하신 몇몇 분들이 한국 해외공관에서 성명서 발표를 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히며 “개인적으로도 해외에서 한국학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왜 이런 얘기를 만들어내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구 교수는 이어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두렵기도 했지만 우리의 행동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오히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를 바탕으로 일간지 등에 관련 사설과 칼럼 등을 게재하고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