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아고라>서 국정원과 유사 조직적 여론전 펼쳐

<뉴스타파> “종북매도 글 올린 대가로 돈 받아…자금 출처 베일에 가려져”

탈북자 조직이 포털사이트에서 이명박 정부를 홍보하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사람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등 국가정보원과 유사한 여론전을 대규모로 펼친 사실이 확인됐다.

29일 <뉴스타파>는 다수의 탈북자들로부터 ‘NK지식인연대’ 회원과 가족들이 지난 2009년 말부터 2010년 말까지 1년여 동안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NK지식인연대’는 지난 2008년 북한에서 3년제 대학 이상을 나온 인텔리 계층의 탈북자들이 조직한 단체로, 이들은 지난 2009년 말 전쟁터를 뜻하는 ‘전야’라는 비밀 조직을 구성, 아고라 토론방에서 조직적인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야’ 산하에는 8개 이상의 조가 있었고 각 조는 1명의 조장과 10명의 조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후 돈을 벌기 위해 게시글 활동을 하겠다는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전야’는 100여명이 넘는 조직으로 확대됐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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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리는 대가로 ‘전야’의 조직원 1명 당 최소 5만원에서 40만원까지 한 달에 모두 2000만 원 가량의 돈이 지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NK지식인연대’ 내부에서도 이 돈의 출처는 철저히 비밀에 감춰졌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이들은 북한 관련 글 외에도 조장의 지시에 따라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이전 문제 등 정치현안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글을 수없이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NK지식인연대’ 간부와 회원, 가족들은 지난 2010년을 전후해 ‘엔키스맨’, ‘태백부엉이’, ‘소나타’, ‘촉디’, ‘정필’, ‘줄장미’, ‘풍경소리’, ‘툴립’, ‘하늬’ 등의 필명으로 활동하며 다음아고라 토론방에 1년여 동안 1명당 수백에서 수천 건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지난 2010년 6.2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편향적인 게시글을 집중해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소나타’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한 탈북자는 야권의 주요 공약이었던 ‘전면 무상급식은 공산혁명의 시작’이라고 공격했고, ‘태백부엉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다른 탈북자는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지역의 야당 후보를 종북주의자로 몰았다.

탈북자들의 시기별 게시물수를 확인한 결과 6.2지방선거를 앞둔 시기가 활동량이 가장 높았다고 <뉴스타파>는 분석했다.

<뉴스타파>는 이들이 올린 게시물의 성격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와 트위터에 올린 글과 유사다는 점에 착안, 지난 3월 공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기준으로 게시물을 검토한 결과, 상당수의 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사항과 일치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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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0년 4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에서 4대강 등의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 지시한 뒤 며칠 안 돼 다른 탈북자의 닉네임 ‘풍경소리’가 일주일에 걸쳐 ‘4대강사업이 새만금 방조제 사업과 같은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2010년 3월, 원 전 원장은 전 부서장 회의에서 ‘일부 종교단체가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런데 나흘 뒤, 탈북자의 닉네임으로 확인된 ‘툴립’이 봉은사의 명진스님이 편향적 이념을 가지고 있는 종교인이라고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

탈북자들이 ‘아고라 알바’에 처음 동원된 시기는 2010년 5월로, 이때는 2010년 2월에 취임한 원세훈 전 원장이 심리전단을 확대 강화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한 달 평균 200건 가까운 글을 올린 이들은 2010년 11월 자금 지원이 끊겨 글쓰기 작업을 일제히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뉴스타파>에 “아고라에서 종북세력들이 날치고 있다. 그래서 이걸 대응했으면 좋겠는데 북한의 실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 필진이 있느냐? 있으면 아고라에서 글을 좀 써 달라. 그런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단체의 대표는 회원들의 아고라 토론방 활동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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