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국정원<단독>보도, 안전관리실 직원이 “기사 빼라” 요구

비서 ‘실수’ 안전관리실 ‘오버’ 해프닝?…보도본부 “사장, 뉴스개입 의도” 비판

KBS 안전관리실 직원이 ‘국정원 관련 KBS 단독보도’를 인터넷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 21일 안전관리실 직원은 KBS 신관 4층 디지털뉴스국을 찾아와 하루 전인 20일 KBS <뉴스9>에서 방송된 ‘국정원 관련 단독보도’를 인터넷에서 뺄 것을 요구했다.

당시 보도본부 디지털뉴스 담당 기자는 안전관리실 직원의 이같은 요구를 거절했지만 이후 디지털뉴스 국장이 사무실로 찾아와 해당 기사를 KBS인터넷뉴스 홈페이지 헤드라인에서 내릴 것을 지시했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안전관리실 직원이 삭제를 요구한 뉴스는 ‘심리전단 파트 12개’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정치와 관련된 댓글 작업을 했던 국정원의 심리전 파트가 모두 12개나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 관련기사 보러가기)

지난 20일 KBS <뉴스9>은 ‘심리전단 파트 12개’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정치와 관련된 댓글 작업을 했던 국정원의 심리전 파트가 모두 12개나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KBS <뉴스9>
지난 20일 KBS <뉴스9>은 ‘심리전단 파트 12개’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정치와 관련된 댓글 작업을 했던 국정원의 심리전 파트가 모두 12개나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KBS <뉴스9>

특히 해당기사는 지난 19일 사회부에서 발제를 했지만 당일 <뉴스9>에 나가지 못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한 리포트였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논란이 일자 사장비서실에서는 ‘이번 기사 삭제가 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며 비서 개인의 오판으로 인한 실수’라며 KBS기자협회에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은 ‣ 인터넷 기사를 삭제하라는 게 아니라 KBS 사내 엘리베이터 모니터 뉴스스크롤에서 해당 기사를 빼려했던 것이고 ‣ 엘리베이터 스크롤이 뉴스 홈페이지와 연동된다는 사실을 몰라 사내방송 차원의 업무로 여겨 안전관리실에 연락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창경 디지털뉴스 국장은 “엘리베이터 뉴스스크롤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비서실 직원이 안전관리실에 연락했고, 안전관리실 직원이 일종의 ‘오버’를 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성 국장은 또 “전날 9시뉴스 기사가 보통 다음날 오전 10시 경에 ‘판갈이’가 되는데 당일 (21일)에는 주요 뉴스로 계속 있어서 판갈이 차원에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보도본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안전관리실 직원이 인터넷 기사 삭제까지 요구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23일 저녁 사내게시판(코비스)에 관련 내용을 알리며 “소재가 어디이던 뉴스 콘텐츠에 대해 개입하는 일이 과연 비서 개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나 라는 의아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서 “사장의 지시를 출납하는 비서실의 성격상 사장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해명도 간단히 넘어가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의 사장의 뉴스에 대한 개입 여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도 “KBS뉴스가 시민들로부터 계속 조롱당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안전관리실 직원까지 기사 삭제 등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기자 사회의 탄식과 자조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보도본부 한 기자는 “뉴스와 관련된 사안은 기본적으로 보도본부 관할”사안이라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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