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제보자신원, 보도정보 등 ‘사찰’ 가능해 질 것”
지상파 방송사의 전산망을 정부가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될 조짐이다. 불법 대선 개입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이 총 책임을 질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일고 있다. 언론사에 대한 사찰이 감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기자협회>는 정부가 지난 4일 국가 사이버 안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17년까지 방송·통신·의료·교통 등 민간 분야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지난 3월 <KBS>, <MBC> 등 방송사와 은행에 대한 사이버 테러 이후 대응책으로 정보통신기반보호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현재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는 행정·국방·치안·금융 분야 등이 주요 기반시설로 지정돼 있는데 정부의 추진 방안에 따르면 이것을 방송사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방송사를 포함한 국가 중요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기반시설 지정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미창부는 이달 중 <KBS>와 <MBC>등 방송사 실사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반시설로 지정되면 지속적으로 관리 대책을 수립해 관계 기간에 보고하고 필요에 따라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해야 한다. 정부는 민감한 부분은 제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송사의 정보시스템이 통째로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기자협회>는 전했다.
이와 관련, KBS 한 관계자는 <기자협회>에 “지난 3·20 사이버 공격 때에도 송출 시스템은 끄덕없었다”며 “이중 삼중으로 보호되고 있는 송출 시스템만 관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사이버 안보의 컨트롤타워를 청와대가 맡되 국정원이 실무 총괄책임을 지도록 했다. 국정원은 ‘위협정보 공유’ 원칙에 따라 군과 경찰, 미래부 등 관계 부처가 수집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렇게 되면 국정원이 송출, 중계, 제작 보도 등 방송사의 정보통신 시스템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며 “국정원이든 미래부든 제보자 신원, 보도 정보 등 온갖 정보가 담긴 방송사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일은 명백한 언론사찰”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사이버 안보의 총괄책임을 두고 논란이 가열 중이라고 <기자협회>는 전했다. 지난 4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원이 사이버 안보 책임을 총괄하도록 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발의하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사이버 안보 대응 체계를 미래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으로 맞불 성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청래 의원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전국적 규모의 정보통신 마비 및 침해 사태가 발생했지만 국정원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는커녕 사후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